[씨네피플]한석규, ‘이중간첩’ 하려고 3년 기다렸어요

  •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00분


한석규가 돌아왔다.

1999년 ‘텔 미 썸딩’이후 ‘칩거’했던 그가 영화 ‘이중간첩’으로 3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난다. 이 영화는 내년 1월 24일 개봉될 예정으로 김현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중간첩’은 한석규의 아홉번째 출연 영화로 형인 한선규씨가 만든 영화사 ‘힘 픽처스’의 창립작(쿠앤필름과 공동 제작)이기도 하다. ‘이중간첩’에서 한석규가 맡은 역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위장 귀순하는 이중간첩 림병호. 귀순 장면 촬영을 위해 체코 프라하에 머물고 있는 그를 2일 인터뷰했다.

-공백이 길었다.

“‘이중간첩’을 위해 3년을 기다렸다.(웃음) 특별히 이유가 있어 쉬었다기보다 작품을 고르다보니 시간이 흘렀다.”

-‘이중간첩’을 선택한 이유는….

“시나리오를 읽고 첫 느낌이 좋았다. 림병호라는 인물이 오직 1980년대, 대한민국에서만 있을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끌렸다.”

그는 충무로에서 가장 시나리오를 많이 받는 배우다. 그와 ‘영화관(觀)’이 비슷하다는 한선규씨가 거른 뒤 그에게 넘겨준 시나리오만도 40여편.

-그 중 아쉬웠던 작품은 없었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아쉬웠다. ‘텔 미 썸딩’과 비슷하게 시작하는 바람에 기회가 없었다.”

그는 작품을 고르는 데 무척 까다롭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쓰레기’아닌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영화를 고르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20년 뒤에 보더라도 처음 봤을 때의 좋은 느낌과 누구와 어디서 봤는지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좋은 영화로 꼽는다.

“충무로 영화 10편 중 8편은 그냥 흘러가고 2편은 추억이 될만한 영화다.”

쉬는 동안에도 그는 꾸준히 영화를 봤다. 뒤늦게 DVD로 봤다는 ‘빌리 엘리엇’을 그는 올해 본 최고의 영화로 꼽았다. 한국 영화로는 ‘오아시스’와 ‘파이란’.

예의가 깎듯하기로 소문난 그는 아홉 살 어린 김현정 감독을 칭할 때도 늘 ‘감독님’이라고 했고, 가운데 자리를 감독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끝자리에 앉았다. 감독의 나이(29세)가 화제가 됐을 때도 ‘젊은 분’이라고 불렀다.

-영화는 쉬면서 CF는 계속 찍어 실속을 챙긴다는 비난도 있던데….

“CF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지금 3개가 방영되고 있다. 배우의 이미지는 영화보다 CF가 더 좌우한다. 이 때문에 CF를 선택하는 것도 영화만큼 심사숙고한다.”

-‘이중간첩’으로 받은 개런티는….

“4억5000만원이다.”

그는 이와 별도로 영화 흥행 성과에 따라 추가로 돈을 받는 ‘러닝 개런티’ 계약을 했다.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영화에 있어서는 까다롭지만 돈이나 계약은 형님이 한다. 배우가 돈을 따지면 연기에서 돈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개런티 쪽에 초점이 맞춰지자 그는 다소 부담스러워했다.

-최근 배우 개런티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자신의 개런티는 합당한가.

“합당하다고 본다. 건방진 이야기 같지만 나는 내가 받은 ‘가격’ 이상으로 투자한 분들에게 돌려드리고 싶다.”

-성과가 기대만큼 안나오면 다음 작품에는 개런티를 깎을 수도 있다는 얘긴가.

“그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언젠가는 내리막길을 걷겠지.”

사생활 이야기를 몹시 꺼리는 그이지만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개인적인 소식도 하나 전했다.

“얼마 전 셋째가 생겼다. 이제 (임신) 한달 반쯤 됐다.”

프라하(체코)〓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이중간첩은 어떤 영화?▼

남한의 정보를 북한에 빼돌리기 위해 위장 귀순한 림병호는 남한 정보기관 내 대공정보 분석실에 배정된다.

림병호는 라디오 프로그램 DJ인 고정간첩 윤수미(고소영)와 연인인 것처럼 행세한다.

림병호는 남한에서 준비 중인 북파간첩단의 정보를 윤수미를 통해 북한에 전달한다. 그러나 윤수미와 림병호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림병호는 남과 북 양측 모두에 버림받는 신세가 된다.

순제작비 4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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