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은 꿈나무 창의성 키워줄 교과서”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박영아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준승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왼쪽부터)은 과학관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국립과 사립 과학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는 콘텐츠와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박영아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준승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왼쪽부터)은 과학관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국립과 사립 과학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는 콘텐츠와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 ‘세계 일류 과학관을 가다’ 시리즈를 마치며

“과학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창의성을 키워줄 살아 있는 과학교과서입니다. 정부는 국립은 물론 민간 과학관에도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박영아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이준승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본보가 ‘세계 일류 과학관을 가다’ 시리즈(총 7회)를 끝내며 최근 마련한 좌담회에서 “좋은 과학관이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 과학관은 창의성 높이는 핵심 시설

▽박영아 국회의원=지난해 성탄절에 과천과학관을 서너 시간 둘러봤다. 규모, 건물 등은 대단했지만 전시물은 아쉬움이 남았다. 기초과학관엔 전시 순서가 교과서대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어서 딱딱했다. 내용도 좀 어려웠다. 과천과학관이 건물 짓는 데 5000억 원이 들었는데 한 해 운영비는 200억 원이라고 한다. 인원도 80명 정도다. 너무 적다.

▽정윤 이사장=요즘 학생들이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빠져 산다. 그건 지식을 수동적으로 습득하고 주고받는 수단일 뿐이다. 현장에서 지식을 익히고 즐기는 과학관이 창의성을 높여줄 핵심 시설이다.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등 인류의 현안을 과학관이 국민에게 과학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다.

▽이준승 원장=지금까지는 과학이 다른 분야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늘 밀렸다. 이런 점이 바뀌어야 과학관도 발전할 것이다. 지방엔 국립과학관이 하나도 없는 도(道)도 있다. 내가 자란 강원도도 그렇다. 지방과학관은 지역과 과학이 교감하는 장, 과학과 사회가 대화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박 의원=사립과학관의 발전도 중요하다. 사립과학관이 발전하려면 기부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과학관 스스로 기부자를 찾아가야 한다.

▽정 이사장=전국에 민간이 투자한 좋은 과학관이 꽤 있다. 강원 강릉시에 있는 참소리박물관, 대전에 있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등이다. 국가가 다 하려 하지 말고 민간과 협력해 교류하면 더욱 효율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 개그맨처럼 치열하게 연구해야

▽박 의원=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알리고 체험하게 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이 선진국에서 활발하다. 과천과학관에서 정부출연연구소들의 전시관을 봤는데 열심히 만든 곳도 있지만 패널만 걸어 놓아 아쉬운 곳도 있었다.

▽이 원장=은퇴 과학자들을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과학관에 권위 있는 강연장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과학관에서 나이든 과학자가 청소년들에게 과학원리를 재미있게 설명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줄 것이다.

▽정 이사장=연구소가 자신들의 연구 성과와 활동 등을 세계적인 동향과 함께 알려주면 연구소와 과학자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시리즈 중 싱가포르과학관이 자신을 ‘거대한 과학교과서’라며 실험 교육을 많이 한다는 기사를 봤다. 바로 이거다. 앞으로 재단도 과학관에서 창의성을 높이는 콘텐츠를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박 의원=과천과학관 조직도를 봤더니 전시, 운영 인력은 있는데 연구 조직이 없더라. 시리즈에 나온 미국 익스플로러토리엄 과학관처럼 전시물을 수입만 하지 말고 우리가 관람객과 함께 창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과천과학관이 발전하려면 자주 대표를 바꿀 게 아니라 실력 있고 뜻있는 사람이 10년 정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한다.

▽이 원장=과학관은 개그와 같다. 같은 걸 두 번 세 번 보면 지루해진다. 개그맨은 새로운 소재를 찾아 매일 치열하게 준비한다. 과학관은 연구를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정 이사장=중요한 이야기다. 좋은 과학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 눈에 보이는 곳보다 더 크다고 한다. 수장고나 연구 조직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전시물을 유지 보수만 하면 3, 4년 버티기 힘들다. 민간과학관과도 협력해 좋은 콘텐츠나 전시물을 교류해야 한다.

○ 비과학 분야와 적극 교류할 필요

▽박 의원=고등학생만 돼도 과학관에 잘 안 간다. 고2, 고3을 시험공부에만 매달리게 하는 교육과정이 문제일 것이다. 과학관에 일반인이 흥미를 느끼는 콘텐츠도 많아야 한다.

▽이 원장=과학관 운영을 관료적으로 하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는다. 일반적인 과학관은 어디나 있다. 외국에서 볼 수 없는 과학관, 특화된 과학관을 만들어야 어른도 온다.

▽정 이사장=과학관 개관 때 수영 박태환,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선수가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과학관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문화예술계, 경제계 인사가 과학관에서 과학자들과 함께 토론회, 세미나 등을 열면 좋을 것이다.

정리=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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