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과학관을 가다]<2>싱가포르과학관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과학연극… 교과내용 실험… “제2의 학교”

자동차로 달려 1시간이면 좌우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다다를 수 있는 작은 나라 싱가포르. 서쪽 끝에 위치한 싱가포르과학관(Singapore Science Center)은 아시아 최고 명소를 꿈꾸며 ‘강소 과학관’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3층 생명과학랩에서는 탄종카통초등학교 학생들이 한창 바퀴벌레를 관찰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투명 미로에 갇힌 바퀴벌레에 손전등을 비추면서 “바퀴벌레가 불빛 방향과 세기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신기해했다. 2층 로보틱랩에서는 주롱웨스트초등학교 학생들이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고 있고, 1층 전시실에서는 주롱초등학교 학생들이 유전자(DNA)를 배우고 있다.

싱가포르과학관은 지은 지 31년이나 되는 ‘늙은’ 과학관이다. 사실 건물 외형도 상당히 낡았다. 그러나 내부는 학생들의 체험과 토론,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기로 뜨거운 ‘젊은’ 과학관이다.

○ 학교 수업에 딱 맞춘 프로그램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싱가포르과학관은 해마다 관람객이 10만 명씩 늘었다. 2006년 상반기만 관람객 수가 100만 명에 이른다. 총인구가 500만 명이 안 되는 나라에서,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는 과학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흥행 성공’이다.

추투안치옹 관장은 “2002년 이전까지는 전시물도 옛날 그대로고 내세울 만한 행사도 없어 관람객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며 “2002년을 기점으로 조용한 과학관에서 떠들썩한 과학관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비법은 ‘제2의 학교’를 지향한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싱가포르과학관에는 교육 프로그램만 200가지 이상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실험을 해볼 수 있고,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심화 과정도 배울 수 있다. 심지어 중학교 입시시험(PSLE)을 대비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어 얼마든지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림팃멩 교육팀장은 “과목별 담당자가 초중고교 교사들은 물론 교육대 교수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며 “우리 과학관은 살아 있는 거대한 교과서”라고 비유했다.

교사들에게 다가가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한 것도 주효했다. 싱가포르과학관은 매년 초, 1년 동안 진행될 프로그램을 담은 책자를 모든 교사에게 보낸다. 종종 교사들을 초청해 과학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좋은 주요 전시물과 장소를 알려준다.

탄종카통초등학교 제니퍼 티 교사는 “과학관이 모든 것을 다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며 “이번 학기에만 벌써 4번째 방문”이라고 말했다.

○ 즐거운 축제의 장

클래런스 시리세나 이벤트기획팀장은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일반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나 전시회를 열어 과학관을 축제의 장으로 만든 것”이라고 꼽았다. 과학관 이미지를 쉽게 놀러올 수 있는 곳으로 심은 것이다.

유명 배우가 나오는 과학연극부터 일반인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사이언스 버스커스 페스티벌’까지 이곳에선 1년 동안 20개 이상의 행사가 열린다. 특히 버스커스 페스티벌은 노래자랑 대회인 미국의 TV쇼 ‘아메리칸 아이돌’을 본뜬 것으로 과학 원리가 녹아 있는 공연을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 대회 전 과정을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리고, 우승자는 과학관과 계약해 계속 공연을 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과학관을 방문한 릴리언 테오 리 준 씨는 “과학관에서 하는 행사만 잘 챙겨도 주말을 신나게 즐길 수 있어 가족 모두가 과학관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추 관장은 “건물과 시설이 노후한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몇 년 안에 새 건물을 지어 옮길 계획”이라며 “그때는 우리 과학관이 아시아 최고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싱가포르과학관은:

개관: 1977년 10월 10일 건물 면적: 1만400m² 전시물 개수: 850점 하루 평균 관람객: 2740명

직원: 150명 국내 관광객 교통편: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전철이나 택시 이용

싱가포르=김맑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maki@donga.com


▼이것만은 꼭!▼

‘놀라운 전기’ 발전 실험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싱가포르과학관에서 하나의 전시물을 5분만 본다 해도 꼬박 7일은 걸린다. 이 중 ‘놀라운 전기’ 전시실에서 벌어지는 수십만 볼트 전기 발생 실험은 꼭 봐야 한다. 하루에 세 번, 담당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시연이 이루어진다. 희망자는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다. 전시관 야외에서도 즐길 거리가 많다. 싱가포르 특유의 식생을 느낄 수 있는 ‘에코가든’, 놀면서 물리법칙을 깨칠 수 있는 ‘키네틱가든’, 물의 힘과 특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워터파크’를 놓치지 말자.

한국과학창의재단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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