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으로 가는 길]<3>웰빙은 유행이 아니다

  • 입력 2004년 1월 2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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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유행을 따른다고 웰빙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준비 없이 유행을 좇아 헬스클럽에서 땀을 빼고 있다면 이 역시 올바른 웰빙문화는 아니라고 말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건강 유행을 따른다고 웰빙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준비 없이 유행을 좇아 헬스클럽에서 땀을 빼고 있다면 이 역시 올바른 웰빙문화는 아니라고 말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공연기획사에 근무하는 민모 대리(27·여)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찜질방에서 접한 풍경.

방금 ‘불가마’에서 나온 40대 여자 4명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단식해 보라니까. 일주일만 하면 10kg은 가볍게 빠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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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단식원에) 데리고 가. 요즘 아이들 비만도 고칠 수 있다더라.”

“간과 위도 좋아진다며? 사실이야?”

단식 얘기를 5분쯤 했을까. 어느 새 주제는 태반 주사로 바뀌었다.

“보톡스보다 효과가 더 좋다며?”

“몰랐어? 피부뿐 아니라 무릎 쑤시는데도 좋다고 하던데.”

“얼마야? 어디서 한대?”

“○○ 가면 100만원이면 된대. 같이 갈까?”

민 대리는 기자에게 이 풍경을 전하며 정말 그런 방법들이 효과가 있는지를 물었다. 평소 단식이나 태반주사에 관심이 없었지만 ‘누가 얼마나 빠졌다’는 얘기를 듣다보니 자신도 시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웰빙은 한두 번 집중적으로 몸에 투자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가꾸는 ‘진행형’의 건강 문화다”며 “건강 유행을 따른다고 자신을 웰빙족이라 믿는다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요컨대 웰빙은 유행과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사실 웰빙이 주목을 받기 전에도 건강 정보는 유행을 타 왔다. 그러나 이런 경우 자칫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때문이다. 건강에 좋지 않은 정보마저 그럴듯하게 포장된다.

몇 년 전부터 채식주의가 급속하게 확산됐다. 어떤 부모는 아이의 체질이나 건강 상태를 따지지도 않고 모든 고기와 우유를 끊었다. 2∼3년 전부터 최근까지 장세척 열풍이 불기도 했다. 장 내벽에 딱딱하게 굳어진 이른바 ‘숙변’이 변비와 비만, 위장질환, 여드름, 아토피의 원인이라는 이론은 그러나 아직도 검증되지 않았다.

피부 미인을 꿈꾸는 여성들이 콜라겐으로 몰린 것도 마찬가지다. 콜라겐이 피부를 구성하는 성분이지만 먹거나 바를 때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은 묻혀 버렸다.

어느 연예인이 단식을 해서 얼마를 뺐더라 하는 ‘카더라’ 정보에 단식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상황이나 태반주사가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한 것도 유행에 쉽게 휩쓸리는 한국인의 습성 탓이다.

물론 이런 방법이 사람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박 교수는 건강 유행을 무턱대고 따르는 사람을 ‘사이비 웰빙족’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최근의 헬스 열풍도 혹시 유행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했다. 사이버 공간에 ‘몸짱’이 뜨면서 날씬한 몸매 만들기에 급급해 체계적인 관리나 준비 없이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리다 몸을 망치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혹시 나는 유행에 따라 운동종목을 바꿔 오지나 않았는지, 한번쯤 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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