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웰빙(Well-being)' 속으로…새문화냐 상술이냐

  • 입력 2004년 1월 11일 17시 15분


코멘트
《지난해 20, 30대 젊은 층 사이의 최대 화두(話頭)는 ‘웰빙(Well-being)’이었다. 웰빙 열풍은 가히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무섭게 확산됐다. 새해에도 웰빙 열풍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기업들은 신종 웰빙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연일 웰빙족의 생활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문화 코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개발과 속도 위주의 논리에서 벗어나 윤택한 삶을 추구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칭찬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허구일 뿐 아니라 오히려 각자 추구하던 건강한 삶의 양식을 ‘웰빙족’이란 틀 안에 가둬 획일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에 동아일보 헬스팀은 논쟁의 폭풍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로 했다. 과연 우리는 웰빙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문제점은 없는지, 올바른 웰빙 문화는 어떤 것인지 등을 집중 조명한다.》

웰빙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정의한다면? 아마 ‘쿨(cool)’한 건강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웰빙은 물질적 가치에 매달리지 않고 정신과 신체의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문화로 알려져 있다. 물론 고상한 취향이나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관련기사▼
- <1>웰빙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실제 일반인들도 웰빙족을 이렇게 느끼고 있을까. 동아일보 헬스팀은 지난해 12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병원, 한양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남성모병원, 경희대병원, 서울대병원 등 국내 8대 주요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 이용객 774명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웰빙족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방식은 일대일 면접과 설문지 작성을 병행했다. 총 850여장의 답변서를 수거해 이 중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774명(남성 322명, 여성 452명)의 답변서를 분석했다.

▽웰빙족은 소수=‘건강을 위해 기꺼이 헬스클럽에서 비지땀을 흘린다.’ ‘평소의 삶은 여유로우면서 자연스럽다.’ ‘천연 유기농 식품을 사 먹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웰빙족에 주로 이런 이미지를 떠올렸다.

명품이나 사치스러운 생활을 추구하거나 반대로 소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모두 웰빙족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요컨대 웰빙족은 자신에 대한 투자에 과감하되 외형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부류라는 것.

이번 조사에서 흥미를 끄는 대목이 있다. 온 나라가 웰빙 신드롬으로 떠들썩한데도 정작 웰빙족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의 14%만이 “나는 웰빙족이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웰빙족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고 대답한 사람도 45%나 됐다.

전문가들은 웰빙 문화가 건강에 특히 관심이 큰 일부 계층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이 평소 건강 문제에 관심이 높은 계층임을 감안하면 웰빙 열풍이 다소 과장됐다는 분석까지 가능하다.

젊은 층이 새로운 문화를 가장 잘 받아들이는 특성은 웰빙 문화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을 웰빙족이라고 믿는 응답자의 40%가 20대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가 35%로 나타나 20, 30대가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40대는 20%, 50대는 4%였으며 20대 이하의 경우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직종별로 봤을 때 웰빙족과 가장 거리가 먼 부류는 주부로 여성 웰빙족의 9%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전문직 종사자가 웰빙족의 20%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18%를 차지한 공직 종사자가 2위로 집계됐다. 학생도 11%를 차지했다.

▽웰빙에는 돈이 든다=웰빙족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을까. 월간 웰빙 투자비용을 물었다. 웰빙족 두 명 중 한명 꼴인 47%가 매달 10만∼50만원을 투자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40%가 10만원 이하를 투자한다고 응답했다. 투자비용이 50만∼100만원, 100만∼200만원이라고 응답한 웰빙족은 각각 5% 정도. 200만원 이상 쓰는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웰빙족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력’이었다. 웰빙족의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 42%가 ‘돈이 많이 드는 게 어렵다’고 대답했다. 2위는 시간적 여유를 내기 힘들다는 것으로 36%를 차지했다. 이어 ‘마땅한 시설이 없다’는 응답이 18%,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는 응답이 3%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86%에 해당하는 ‘비(非)웰빙족’이 웰빙족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경제난을 반영한 탓인지 30%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2위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로 26%를 기록했다. 웰빙족이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 여기서도 똑같이 작용하는 것. 이어 ‘관심이 없어서’가 23%, ‘정서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 14%로 나타났다.

▽웰빙족은 헬스클럽에서 만난다=웰빙족, 비웰빙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떠오르는 웰빙족의 이미지를 물었다. 질문지는 현재 웰빙족의 문화로 알려져 있는 15개의 항목을 제시했다. △헬스클럽과 운동 △다이어트 △아로마와 마사지 △요가와 명상 △유기농 식품 △사치스러움 △소박함 △여유와 자연스러움 △자기만족 △ 젊은 문화코드 △명품 선호 △정신적 가치 중요 △부지런함 △건강정보에 민감함 △기타 등이 그것.

응답자들은 웰빙족과 가장 관련이 있는 단어로 헬스클럽과 운동(14%)을 뽑았다. 이어 여유와 자연스러움(14%), 유기농식품(12%), 자기만족(10%), 정신적 가치를 중시함(7%) 등이 뽑혔다.

반면 웰빙족과 관련이 없는 단어로는 소박함(18%)과 사치스러움(14%), 명품 선호(13%)가 수위로 뽑혀 웰빙과 소비문화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부지런함(11%), 젊은 문화코드(8%) 등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한편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가 웰빙족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