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꾀병' 아니라 '氣막힌 병'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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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밥을 먹거나 공부를 시작할 때, 또는 학원을 가야 할 때 배가 아프다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언뜻 꾀병으로 보이기도 한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도 원인을 찾을 수 없다. 꾀병 혐의는 더 커지고 부모들은 아이를 혼내게 된다. 그렇지만 아이는 점점 더 자주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이런 경우 한의학에서는 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해서 생기는 병으로 본다. 특히 비장(脾藏)의 기운이 허하면 기의 흐름에 장애가 생겨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프고 정신적인 자극을 받으면 더 심해진다.

‘기가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기가 안 통하면 아프다(通則不痛, 不通則痛)’는 말이 있다. 기는 또 생각을 골똘히 하다보면 마치 실로 매듭을 짓듯이 꽉 막히게 된다. 결국 뭔가 힘들고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 아이들은 이런 저런 걱정과 더불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 기가 잘 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배가 아프다고 할 때는 아이를 나무라거나 윽박지르면 안 된다. 아이가 무엇을 왜 싫어하는지 대화를 통해 원인을 살펴보고 차근차근 문제를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약한 비장을 튼튼하게 해주면 아이는 더 이상 꾀병 환자로 몰리는 억울함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박석준 동의과학연구소 소장

양재동일한의원 원장

dky00@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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