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치매-파킨슨 등 난치성 신경계 질환, 초음파로 고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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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 신경외과 교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장진우 신경외과 교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1949년 포르투갈 의사인 안노니우 에가스 모니스 교수는 정신병 환자의 전두엽(앞쪽 뇌) 절제술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 그가 개발한 수술법으로 치료를 받은 전 세계 정신질환자의 적지 않은 수가 수술 뒤 난폭한 행동은 사라진 대신 무기력하고 판단력이 없어지는 등 또 다른 이차적 정신적 부작용이 생겨 1970년대 이후 더 이상 전두엽 절제술은 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뇌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당시에 어떻게 보면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새로운 수술법의 도전은 현대 신경과학의 발전과 신경외과의 발전을 촉진한 계기가 됐다. 이후 현대 의료공학의 발전과 더불어 전기자극장치가 획기적으로 발전되면서 2000년대 이후엔 뇌 전기자극 수술법을 이용해 파킨슨병 등 난치성 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현재까지 이상 운동 증상을 보이는 수만 명의 난치성 신경계 질환 환자가 전기자극 수술 뒤 증상 회복 또는 개선되는 등 혜택을 보고 있다.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장비와 연동된 초음파 수술장비를 환자에게 부착했다.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장비와 연동된 초음파 수술장비를 환자에게 부착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으로 알려진 치매와 우울증 등 기억, 감정 등이 연관된 난치성 신경계 질환은 현재 개발된 전기자극 수술법의 효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 주된 이유는 파킨슨병 등 운동성 신경계 질환보다 기억력과 같은 정신 영역은 아직 질병의 기전과 뇌에서 집중적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부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구원투수의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수술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임상연구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 바로 초음파 뇌 수술법이다.

초음파는 흔히 간, 콩팥 등 장기의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의료기기이지만 신경계 뇌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면 검은 먹지가 불에 타듯이 초음파도 강하게 집중시키면 뇌의 문제되는 부위를 열로 응고시킨다. 이러한 초음파로 수전증, 파킨슨병, 강박장애, 우울증 환자의 치료에 이미 시도되고 있다. 이제 초음파 수술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치매, 뇌종양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기초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즉 치매, 뇌종양의 동물 실험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뇌혈관연결막(BBB)을 개통해 뇌세포에 직접 약물 또는 줄기세포를 공급해 이들 질병이 치료됨을 필자의 세브란스 신경외과 연구팀 등 국내외의 여러 연구팀에서 밝혀냈다. 또 최근 필자의 연구팀은 이러한 초음파 수술 연구의 일환으로 미국 초음파 재단으로부터 임상 연구비를 수주받아 올해 여름부터 현재 치료가 어려운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초음파 수술 임상연구를 진행한다.

필자의 전공인 기능신경외과학은 앞에 언급한 수전증, 파킨슨병 등 운동 이상 뿐 아니라 치매, 틱, 우울증, 중독 환자 등 다양한 기억장애를 수술 요법으로 치료하고자 하는 최첨단 의학 분야다. 따라서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다른 기초과학 연구 분야 못지않게 이 분야의 연구의 활성화하고 이를 산업화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집중적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 혜택이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는 외국의 긴박하고 바쁘게 진행되는 연구와 이에 대한 지원 상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부와 기업의 관심도가 떨어져 있다.

또 실질적인 지원과 투자 또한 열악하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느끼는 기능신경외과학의 대한민국 현주소다.

장진우 신경외과 교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헬스동아#의학#건강#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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