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암호해독가의 생애는 비극?

  • 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30분


인터넷을 하다보면 회원으로 가입한 사이트를 들어가려다가 암호가 무엇인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아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인터넷이 아니라도 컴퓨터는 전원을 켤 때부터 암호를 요구합니다.

문득 컴퓨터가 이토록 암호에 매달리는 것은 컴퓨터의 기원이 암호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39년 2차대전이 일어나자 영국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과학자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1937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오늘날 현대 컴퓨터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튜링머신’을 고안한 수학자였던 앨런 튜링(1912∼1954)도 그 중 한사람이었습니다.

튜링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군이 마련해준 비밀 장소에서 1943년 12월 거인을 뜻하는 콜로서스란 세계 최초의 연산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암호를 해독하기 위한 컴퓨터죠. 콜로서스는 흔히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고 알려진 에니악보다 2년이나 일찍 탄생했습니다.

신화를 보면 비밀을 푼 사람은 언제나 비극을 맞이합니다. 그래서인지 튜링의 생애 역시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튜링은 동성연애 때문에 풍기문란죄로 기소된 뒤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자살했습니다. 게다가 영국 정부가 1975년에야 콜로서스의 사진을 공개하는 바람에 생전에 컴퓨터 창시자로서의 명예도 누려보질 못했습니다.

얼마전 과학계에서는 암호해독이 다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추리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1809∼1849·사진)가 풀지 못한 두 개의 암호가 92년과 98년에 각각 풀린 것입니다.

포는 생전에 암호해독에 심취해 독자들이 보내준 암호를 푸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들 암호는 알파벳과 기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포의 말로는 튜링 못지 않게 비참했습니다. 포는 가난을 술로 달래다가 1849년 10월, 볼티모어의 길거리에 쓰러진 채 삶을 끝마쳤다고 합니다. 비밀을 푼 천재들의 삶은 이토록 고단한 것일까요.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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