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얇고 세련되게” 노트북의 반란

  • 입력 2002년 10월 9일 17시 43분



노트북PC 제조회사에서 ‘상전’(上典)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디자이너다. 디자인이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기능에 맞는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에 맞는 기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회사들이 총력을 기울이기 때문.

과거에는 노트북PC를 개발할 때 먼저 엔지니어들이 회로와 기판, 각종 사운드카드와 CD롬 드라이버 등을 위치를 먼저 정한 뒤 디자인팀에 넘겼다. 그러면 디자인팀에서는 그 뼈대에 맞는 디자인을 내놓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노트북PC는 상자모양이 돼서 나왔다.

요즘은 디자인팀에서 디자인이 나올 때까지 엔지니어들은 기다린다. 일단 디자인이 나오면 그 외관에 맞춰 ‘내장’을 어떻게 배치시킬지 고민한다. 때로 디자인팀에서 요구하는 소재나 부품이 없을 경우 새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최근 TG삼보 디자인팀에서 내놓은 노트북PC용 LCD모니터 디자인에서 케이스와 LCD패널이 맞물리는 형식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어서 엔지니어들은 대거 새 부품을 만들어 디자인을 현실화시켰다.

TG삼보컴퓨터 제품기획팀 최원석 부장은 “디자인은 회사 기밀이어서 밝힐 수 없지만 11월, 세상에 없던 모니터를 장착한 노트북PC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노트북PC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착시현상. TG삼보컴퓨터의 드림북 X6400은 모니터가 달린 뚜껑은 은색, 키보드가 위치한 부분은 검은색으로 만들었다.

반짝이는 뚜껑이 눈에 확 띄며 검정 부분은 상대적으로 축소돼 보여 노트북PC가 실제 크기보다 두 배 작아 보인다.

삼성전자의 ‘센스Q’시리즈도 종잇장처럼 얇게 디자인, 두께를 1.5㎝까지 줄인데다 메탈 분위기의 색을 입혀 가벼워 보이게 만들었다.

도시바의 ‘포티지2000(Portege2000)’은 무채색인 검은 톤을 채택, 심플하면서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모니터가 찢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얇다. 두께가 1.4㎝, 무게도 1.19㎏에 지나지 않아 진짜 공책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

LG-IBM은 외관보다는 기능을 중시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데스크톱PC용 키보드에 있는 숫자 전용 키패드를 달아 노트북PC의 한계를 극복했다. 소니의 ‘바이오’는 터치패드 옆에 조그셔틀을 달아 별도의 마우스 없이 윈도를 편하게 사용하도록 했다.

요즘 나오는 노트북PC는 얇고 작아졌으면서도 무선랜 등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데스크톱PC의 보조물이 아닌 PDA의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