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의 디지털그늘]원격진료도 '부익부 빈익빈'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46분


요즈음 의약분업 분쟁은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시스템과 의료보험제도의 구조적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면적인 의료시스템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빼놓지 말고 고려해야 할 것이 디지털 미디어 혁명과 무선 컴퓨터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가져오는 원격진료(telemedicine) 기술이다.

◇병원-환자 무선으로 연결

몸에 부착하는 단말기를 통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필요할 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 주고, 의사가 직접 갈 수 없는 장소의 환자에 대해 3―D 화면과 로봇 팔을 이용하여 원격 수술을 하며, 여러 가지 의료 정보로 무장한 인공 지능의 지식 데이터베이스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하는 등의 원격진료 기술. 이는 환자의 정의, 의사의 역할, 병원의 기능 등 의료 서비스의 기본 개념 자체를 빠른 속도로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예컨대 호주의 사이로 텔레커뮤니케이션사와 라이드 병원, 퀸즈랜드대학은 공동으로 ‘벽 없는 병원’이라는 원격진료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상태 24시간 체크

허리춤에 차게 돼 있는 모바일 유닛은 환자의 집안에 있는 퍼스널 컴퓨터와 무선으로 연결되고 다시 그 컴퓨터는 인터넷을 통해 환자의 행동과 상태(행동, 맥박, 혈압, 심전도 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24시간 모니터해 병원 전산망으로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환자가 비정상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담당의사에게 연락이 가며 위급할 때에는 언제든 앰불런스가 출동한다. 통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35% 이상이 매년 졸도하며 많은 경우 사망하거나 전신 혹은 반신 불수가 된다.

졸도 이유의 대부분이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는데 이 시스템은 졸도의 징후를 정확히 포착하여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의약분업 하나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고 의료보험제도 마저 수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는 마당에, 새로운 원격 의료기술을 우리의 전근대적인 의료서비스체계나 모순에 가득 찬 의료보험제도와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진다.

◇가난하면 진료 못받을 우려

이러다 정말 부자는 더욱 건강해지고 가난한 자만 병들어 죽는 불평등한 사회로 가는 것을 아닐까?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날 분야가 바로 의료부문이다. 문화적 경제적 차이나 지식격차는 둘째 문제다. 생명과 직결된 의료보장제도에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혜택이 일부 국민에게 돌아간다면 극심한 혼란과 위기가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의료서비스 부문이 국민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 국민 총생산(GDP)에서 국민의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980년에 8.9%에서 90년에 12.2%, 98년에 13.5%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1980년에 3.7%에서 90년에 5.1%, 97년에 6.0%로 증가하고 있다.

◇모든 국민 혜택 누리게 해야

굳이 몸의 중요성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양질의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효율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은 앞으로 자원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원격진료 기술의 혜택을 국민 모두가 고르게 누릴 수 있게 하는 정책적 고려는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김주환(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j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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