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의 메디컬&로]예방-치료 힘든 병 의사 책임 없어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9분


양두이씨(40) 부부는 캠퍼스 커플로 만나 졸업과 동시에 결혼해 딸 하나만 낳고 열심히 맞벌이를 했다. 40살을 눈앞에 둔 지난해 서로 상의해 늦동이를 가졌다. 양씨는 분만예정일에 맞추어 강남의 산부인과병원에 처를 입원시켰다.

“나이가 들었으니 수술이 낫지 않느냐”고 걱정을 하는 양씨부부에게 주치의는 “산모나 태아가 모두 정상이니 자연분만이 오히려 더 좋다”고 했다.

출산 직전 처를 분만실로 들여 보내고 복도의자에 앉아 1시간 가량을 기다리는데 간호사가 득남소식을 전했고 잠시후 처가 나왔다. 입원실로 가면서 처에게 “고생했다”면서 손을 꼭 잡아주었고 아내는 아들을 얻었다는 기쁨과 남편의 격려에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갑자기 처가 “숨쉬기가 어렵고 사지가 저려온다”고 호소하더니 많은 양의 하혈을 하며 정신을 잃었다. 즉시 수술실로 옮겨 응급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끝내 처는 사망하고 말았다. 부검결과 사인은 양수색전증.

양씨는 고령임산부의 자궁은 딱딱하기 때문에 출산시 심한 수축으로 양수가 혈관에 들어갈 위험이 높은데도 제왕절개수술을 하지 않아 사망했다며 제소했다.

법원은 “양수색전증을 미리 예견하거나 피할 방법이 없고 수술했어도 마찬가지”라며 청구를 기각하였다.

양수전색증은 분만중 찢어진 태반막이나 자궁혈관을 통해 양수가 산모의 혈관에 들어가 혈액순환을 막고 혈액응고현상을 일으켜 사망케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5만명에 1명 꼴로 발생하는데 예방이나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의학수준이 날로 높아가면서 기대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나쁜 결과가 발생할 경우 의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수색전증처럼 현대의학으로도 그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한 영역이 많다. www.medcon.co.kr

신현호(의료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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