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성시대]차세대 위성로켓 「아리안 5호」

  • 입력 1997년 12월 17일 08시 16분


보다 멀리 보다 많은 위성을 우주에 쏘아보내려는 꿈이 하나 둘 이뤄지고 있다. 97년 10월30일 남미 북부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기지에서는 우주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려는 인류의 노력이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아리안 스페이스사가 만든 차세대 위성발사 로켓인 「아리안 5호」가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쳤기 때문이다. 아리안 스페이스사가 쿠루에 새로 만든 발사단지인 ELA3 발사대에 몸을 실은 아리안 5호는 9시간의 카운트 다운을 무사히 넘겼다. 모조위성 2개를 실은 아리안 5호는 마침내 커다란 불길을 내뿜으며 지구를 떠났다. 단숨에 3만6천㎞ 상공의 정지궤도까지 올라간 아리안5호는 정해진 위치에 2개의 위성을 사뿐히 올려놓고 지구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리안 5호는 세계 위성 발사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위성 로켓은 우주에 쏘아올릴 수 있는 위성의 무게를 종래보다 2배정도나 늘렸다. 또 로켓 하나가 위성 한개를 쏘아올리던 것에서 탈피해 한번에 3개의 위성을 실어 각기 다른 위치에 배치시킬 수 있다. 위성시대의 초특급 배달원인 셈이다. 아리안 5호의 길이는 51m 무게 7백10t으로 로켓치고는 중간크기 정도. 그러나 힘만큼은 대형에 못지 않다. 이 로켓은 3만6천㎞의 정지궤도에서 6.8t까지의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다. 최근 발사 수요가 늘고 있는 저궤도용 위성은 20t까지 발사할 수 있다. 발사 서비스 시장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96년까지 위성체의 평균중량은 2.7∼3.3t이었다. 그러나 위성에 붙는 장치들이 늘어나고 활용폭이 다양해짐에 따라 위성체의 몸무게도 무거워지고 있다. 보다 무거운 위성을 실어나를 수 있는 로켓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리안 스페이스가 쓰고 있는 아리안4호는 정지궤도에 3∼4t정도의 위성체를 올려 놓을 수 있었다. 아리안 스페이스의 파트리스 알브레슈트 부사장(국제 담당)은 『아리안 5호의 성공은 우주 항공 시대의 새 장을 열었다』며 『위성체는 물론 우주왕복선 위성수리선 등 다양한 분야의 위성기기를 우주로 실어나를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리안 스페이스는 아리안 5호를 앞으로 위성 발사체의 주력 모델로 내세울 예정이다. 이번 시험 발사 성공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으며 99년부터 아리안 5호를 상용 발사에 나서게 한다는 계획이다. 무궁화 3호 위성도 아리안 5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이 로켓으로 우주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리안 5호의 시험발사 성공까지는 10여년의 긴 발사과 시험 기간이 걸렸다. 유럽 12개국 53개 기업과 정부기관이 공동 출자한 아리안 스페이스사는 87년 새로운 위성 발사체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10여년동안 새로운 구조의 위성로켓을 만드는데 유럽우주국 산하 14개 국가 연구소가 매달렸으며 모두 90억달러의 개발비를 쏟아부었다. 아리안5호는 크게 두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랫부분은 극 저온의 액화 수소 및 산소와 고체 추진 연료분사 장치가 들어 있고 엔진 2개가 달려 있다. 이 엔진은 하나의 높이가 30m에 지름 5.45m 규모로 고체 추진 부스터 2대와 각각 연결되어 있다. 윗부분은 추가 발사할 수 있는 엔진과 전기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성체 3개까지 집어넣을 수 있는 저장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발사 추진체 안에 들어 있는 컴퓨터는 아리안 5호 개발팀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또 하나의 작품. 이 컴퓨터는 발사체의 위치 속력 고도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갖고 있으며 목표 궤도에 도착하는데 가장 알맞은 궤도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또 수많은 센서가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어 외부의 온도 기압 위치 속도 가속도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즉시 분석해 로켓에 명령을 내린다. 아리안 스페이스는 개발과 함께 기아나에 추진체 생산공장을 만들었다. 이 공장은 연간 16대 이상의 추진체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아리안 5호 시험 발사 성공까지 모든 것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아리안 5호는 지난해 6월 한차례 실패의 아픔을 겪었다. 첫번째 실험 위성로켓은 발사 직후 궤도를 벗어나 강제로 공중에서 폭파되었다. 아리안 스페이스는 궤도 이탈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1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아리안 5호는 현재 98.5%의 성공률을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아리안 5호는 앞으로 위성체뿐만 아니라 무거운 우주 구조물이나 우주 정거장, 유인 우주비행, 우주 공간 탐사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활용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세계 우주 발사체 시장은 연간 70억달러 규모. 아리안 스페이스를 비롯해 미국 록히드 마틴의 아틀라스, 맥도널 더글러스의 델타, 중국의 장정, 러시아의 프로톤 등 대부분의 위성 발사체 업체들이 99년까지 발사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리안 스페이스의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인공위성만도 40여개에 달한다. 아리안 스페이스는 현재 세계 상업위성 발사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위성발사의 강자로 위치를 굳히고 있다. 10여년동안 남보다 앞선 예측과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로 아리안 스페이스는 2000년에 들어서도 선두의 위치를 확고히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나〓김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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