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67>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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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좋소. 그렇다면 한번 해봅시다!”

이윽고 한왕이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칼자루를 움켜잡으며 좌우를 돌아보고 기세 좋게 소리쳤다.

“모든 장수들을 이리로 불러 모아라.”

이에 군사들이 진채 여기저기로 내달아 장수들을 모두 한왕의 군막으로 불러들였다. 오랜만에 적의 포위공격에서 벗어나 마음 느긋하게 쉬고 있던 장수들이 놀라 달려왔다. 그새 전포에 갑주까지 걸친 한왕이 그들을 맞아들여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항왕을 추격한다. 초나라 군사는 아무도 팽성에 돌아가게 해서는 아니 된다. 저들을 놓아 보내는 것은 다 잡은 범을 다시 산중으로 놓아 보내는 격이다. 범을 길러 걱정거리를 남기지 말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태공 내외와 여후(呂后)를 구하고 탈 없이 광무산에서 빠져 나가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듯 패왕에게 화평을 빌던 사람 같지 않은 호기요, 과단성이었다. 장수들이 어리둥절해 바라보고 있는데 한왕이 다시 추격의 진용까지 짜 나갔다.

“선봉은 오창에서 돌아온 주발이 맡는다. 날랜 군사 1만을 거느리고 앞서 항왕을 뒤쫓되, 함부로 초군과 싸움을 벌이지는 말라. 싸움터는 과인이 따로 정할 것이다. 번쾌는 예전처럼 중군(中軍)에 남아 과인과 더불어 나간다. 장졸 3만으로 중군을 삼고 북맥(北貊)과 연인(燕人) 효기(梟騎)도 모두 머물러 중군의 발톱과 이빨이 된다. 왕릉은 좌(左)장군이 되어 중군의 왼쪽 날개가 되고, 역상은 우(右)장군이 되어 오른쪽 날개를 맡으라. 어사대부 주창은 후군(後軍)을 이끌고 치중과 병참을 돌보며 대군의 뒤를 지키라.”

패왕 항우를 뒤쫓기로 마음을 굳힌 지 한시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전부터 생각해둔 것이 있는 것처럼 짜임새 있는 진용이었다. 추격을 권한 장량과 진평까지도 속으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이어 한왕은 장량과 진평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조참과 관영에게 다시 사람을 보내 돌아오기를 재촉하시오. 항왕과 결판을 내려면, 그들이 거느린 두 갈래 군사에 못지않게 조참과 관영의 불같은 전투력도 꼭 불러들여야 하오. 제왕 한신에게도 다시 사람을 보내 어서 군사를 내게 하시오. 이제 더는 머뭇거려서는 아니 되니 제나라 정병을 모두 이끌고 서쪽으로 나오라 하시오. 양(梁) 땅으로도 사람을 보내 노관을 불러들이고, 팽월도 그 대군과 함께 우리 진중으로 끌어들여야 하오. 팽월이 초군의 양도를 끊어준 것은 고마우나, 항왕을 사로잡으려면 그것만으로는 아니 되오. 전군을 이끌고 과인과 힘을 합쳐 초나라 본진을 쳐부수어야만 이 싸움을 끝낼 수가 있소. 또 남쪽으로 경포(경布)와 유고(劉賈)에게도 사람을 보내 잠시 구강 평정을 미뤄두고 회수(淮水)를 건너 북상하라 이르시오. 바로 항왕의 등 뒤를 위협하면 구강 땅을 모두 회복하는 것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것이오.”

그러자 장량이 나서서 조심스레 말렸다.

“조참과 관영은 그대로 서초 북쪽과 팽성을 노리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들이 지금과 같은 기세로 항왕의 본거지를 휩쓸면 항왕이 이끈 초나라 군사는 절로 어지러워집니다. 그들이 한 갈래 대왕의 군사가 되어 한바탕 용전(勇戰)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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