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145>卷三. 覇王의 길

  • 입력 2004년 5월 6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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鴻門의 잔치 ③

“아마도 관중왕이 되려는 게지요. 스스로 왕이 되어 우리를 한 발자국도 관중에 들여놓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무어라? 그 허풍선이 건달놈이?”

항우가 숨결까지 씨근거리며 그렇게 범증의 말을 받는데, 경포가 보낸 군사가 또 다른 소리로 항우의 부아를 돋우었다.

“군사(軍師)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패공 유방은 또 진나라의 모든 법령을 폐지하고 세 가지 조목만 남겨 진나라 백성들을 기쁘게 하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군사들을 엄히 단속해 함부로 사람을 죽이거나 재물을 빼앗지 못하게 하여 다시 민심을 흠뻑 거둬들이니, 관중 사람들은 오히려 패공 유방이 저희 왕이 되지 못할까 걱정이란 말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항우도 그냥 참고 있을 수가 없었다. 주먹으로 탁자 모서리를 쳐 우지끈 부수며 크게 외쳤다.

“유방 그놈이 어찌 이리 겁이 없느냐? 제 놈은 머리가 서너 개라도 된다더냐? 내가 함곡관을 부수고 관중에 든 뒤에도 제 놈이 그리 함부로 날뛸 수 있는지 보자!”

그리고는 환초와 용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날로 전군을 들어 함곡관으로 밀고 들었다. 하지만 함곡관으로 드는 길은 벼랑처럼 가파른 황토 언덕 사이로 길게 나 있는 좁은 길이었다. 수레 두 대가 마주 비켜갈 수 없고, 보갑(步甲) 한 오(伍)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 어려웠다.

그 골짝 길 안쪽 깊숙이 우뚝 마주선 황토 언덕 사이로 건장한 군사 백 명만 세워두어도 몇 만도 막아낼 수 있는 병목 같은 곳이 있었다. 그곳에 관문(關門)을 세우고 양편 언덕까지 높고 두꺼운 성벽을 쌓아 만든 것이 함곡관이었다. 그런 곳을 몇 만명의 대군이 지키고 있으니 항우의 군사가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었다.

좁은 길로 한 갈래 군사를 밀어 넣으면 아무리 갑주와 방패로 막아도 관 앞에 이르기 전에 태반이 활과 쇠뇌의 밥이 되었다. 요행 관에 이르러도 청동 판을 덧씌운 두꺼운 관문과 높고 든든한 성벽을 넘을 길이 없었다. 단 하루 동안에 수천명의 군사가 관 위로 구름사다리 한번 제대로 걸쳐보지 못하고 시체가 되어 좁은 계곡 바닥에 난 길을 메웠다.

“아니 되겠습니다. 이대로 밀고가면 아까운 군사만 상하고 맙니다. 잠시 군사를 거두고 따로 계책을 세운 뒤에 싸우시는 게 어떻습니까?”

보다 못한 범증이 가만히 항우를 찾아보고 말했다. 항우도 그때는 힘만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싸움이란 걸 깨달은 듯했다. 어두운 얼굴로 범증을 마주보며 물었다.

“날은 급하고 갈 길은 먼데, 실로 분통 터지는 노릇입니다. 군사께서는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일찍이 숙부 항량으로부터 병법을 배워 깊이 궁리해 본 적이 있는 항우였다. 그때까지는 자주 그럴듯한 계책을 짜내 싸움에서 이겨왔다. 하지만 그런 항우도 함곡관의 천험(天險)을 맞아서는 생각이 막히는 듯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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