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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방랑 청춘’ 말러의 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입력 2018-09-04 03:00업데이트 2018-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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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로 알려진 말러(사진)의 가곡집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을 ‘방랑직인(職人)의 노래’로 번역한 걸 처음 보았을 때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Geselle’는 흔히 ‘젊은이’ ‘녀석’으로 번역되고, 현대 독일어에서 실제 그렇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방랑직인’이라는 번역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독일 전통사회에서는 한 가지 기능을 익히는 기술자가 장인, 즉 ‘Meister’ 자격을 얻기 전에 돌아다니면서 기술을 연마하는 기간이 있었고 이런 젊은 기술인을 ‘Geselle’로 불렀다고 합니다. 현대 독일어에서 ‘젊은이’라는 뜻으로 쓰는 같은 단어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이 말러의 가곡집은 여러 점에서 반세기 앞서 나온 슈베르트의 가곡집들을 연상시킵니다. 시작부터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처럼 사랑에 상처 입고 괴로워하는 젊은이가 나오고, 방황하며 안식을 찾는 듯하다가 뚜렷한 결말 없이 길 위에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슈베르트의 다른 가곡집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도 방랑하며 기술을 배우는 젊은이가 주인공입니다. 이 곡을 쓸 때 말러의 모습이 이 주인공들과 비슷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 시대 지휘자들은 작은 도시에서 실력을 쌓아 더 큰 도시로 옮기는 ‘방랑’을 통해 경력을 키워나갔습니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든, ‘방랑직인의 노래’든 말러가 작곡생활 초기에 쓴 이 가곡집에는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넘칩니다. 특히 말러 교향곡의 팬들에게는 더욱 익숙한 선율들입니다. 이 가곡집의 두 번째, 네 번째 곡 멜로디는 말러의 1번 교향곡 1악장과 3악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청춘의 실패한 사랑과 같은 여운을 남깁니다.

진솔이 지휘하는 아르티제 오케스트라가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9일 말러의 이 가곡집과 교향곡 1번을 연주합니다. 바리톤 공병우가 솔로를 맡습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라는 제목이 사용되었습니다. 콘서트 전반부에 나온 선율이 후반부에 교향곡으로 다시 나오니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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