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작곡가가 상상한 우주의 소리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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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스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언한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되었다는 소식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지구로부터 빛의 속도로 13억 년을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먼 곳에서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해 형성된 파동이라는 설명입니다. 스케일부터 어마어마합니다.

이번에 검출된 파동의 ‘소리’도 공개되었습니다. 우주의 대부분이 진공 상태이니 이 소리가 실제 음파로 퍼져나간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진동수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파 영역에 있어서 바로 소리로 재현해낼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공개된 소리를 들어보니 우주의 고동 소리를 듣는 듯, 신비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우주의 운동을 소리로 표현하겠다는 야심은 옛 작곡가들에게도 있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는 ‘천인(千人) 교향곡’이라고도 불리는 교향곡 8번을 작곡하면서 친구인 지휘자 멩엘베르흐에게 이렇게 써서 보냈습니다. ‘우주가 처음 움직이기 시작할 때의 엄청난 울림을 상상해 주십시오. 이 작품에서 연주되는 소리는 인간의 소리가 아니라 태양의, 그리고 우주의 소리입니다.’ 그러나 말러가 이 작품에서 우주의 모습을 직접 묘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작품의 거대한 스케일에 대한 자신감을 이같이 표현한 것입니다.

우주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음악 작품으로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중 2악장 스케르초도 흔히 거론됩니다. 금관과 팀파니가 단조로우면서도 기하학적인 느낌이 드는 빠른 3박자 리듬을 연주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마치 태양계가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라고 말합니다. 작곡가 자신은 작품의 초연을 보지 못하고 죽었고, 이런 평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일이 없습니다.

우주와 음악 하면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1918년)을 빼놓을 수 없겠군요.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 지구를 제외한 행성 7개의 신비를 작곡가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해 묘사했습니다. 곡 중에서 ‘목성’은 1980년대 일본과 한국에서 뉴스 시그널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명왕성은 발견되지 않아 작품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 명단에서 제외되었으니 태양계 행성의 실제 숫자와 홀스트가 음악으로 묘사한 숫자가 우연히도 딱 맞는 셈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홀스트#중력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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