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모차르트가 작곡료를 절반만 받은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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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1778년, 22세의 모차르트는 플루티스트 페르디난트 드 장으로부터 플루트 사중주곡 네 곡과 플루트 협주곡 세 곡을 작곡해줄 것을 의뢰받았습니다. 주문받은 숫자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모차르트는 사중주곡 세 곡과 플루트 협주곡 두 곡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런데 드 장은 플루트 협주곡에 대한 작곡료를 절반만 주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곡 수가 모자란다고 화가 났기 때문일까요?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모차르트는 그 전해인 1777년에 오보에 협주곡 한 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의뢰받은 일이 많았는지, 드 장이 요구한 수보다 적게 쓰기로 하고도 여전히 시간이 모자랐던지 ‘두 번째’ 플루트 협주곡은 그 전해에 쓴 오보에 협주곡을 약간 손질만 해서 내놓았던 것입니다. 조를 C장조에서 D장조로 한 음 올리고, 독주부에서 플루트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을 바꾼 정도였습니다.

두 곡의 음반을 꺼내 관현악의 전주 부분만 들어보면, 음감이 좋은 분들은 음높이가 한 음 다르니 구분을 할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어디가 다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위에 소개한 일화를 다시 생각해 보면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집니다. “이봐 모차르트, 이거 지난해 나온 오보에 협주곡을 조금만 바꾼 건 줄 내가 몰랐을 줄 알고!” 드 장의 한마디에 머리만 긁적였을 모차르트의 묘한 표정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이 곡은 원곡 이름으로는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C장조, 플루트용으로는 플루트 협주곡 ‘2번’ D장조로 불립니다. 그가 드 장을 위해 실제로 새로 쓴 협주곡은 플루트 협주곡 1번 G장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작한 ‘2번’은 원곡인 오보에 협주곡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플루트 협주곡으로 더 많이 연주됩니다. 화려하고 신선한 선율이, 어딘가 아련하고 애수를 띤 오보에보다는 플루트에 더 어울리기 때문인 듯합니다.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협연하는 임헌정 지휘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2번 D장조를 연주합니다. 원곡이 오보에 협주곡 C장조인 그 곡입니다. 메인 프로그램으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모차르트#페르디난트 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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