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슈베르트 ‘겨울 나그네’가 탄생한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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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뮐러
빌헬름 뮐러
한겨울을 맞아 전국 곳곳의 공연장에서 프란츠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 연주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전 24곡의 노래에 젊은이의 실연과 방랑을 그려낸 이 작품은 다섯 번째 곡 ‘보리수’가 특히 애청 및 애창되고 있지만 그 밖에도 첫 번째 곡 ‘잘 자요’, 4곡 ‘얼어붙다’, 7곡 ‘홍수’, 13곡 ‘우편마차’ 등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노래들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왜 이 곡의 제목이 ‘겨울 나그네’로 알려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원제목인 독일어 ‘Winterreise’는 번역하면 ‘겨울여행’이니까요.

그런데 이 곡을 들을 때 생각나는 다른 작곡가가 있습니다. ‘마탄의 사수’로 독일 국민가극의 전통을 수립한 카를 마리아 폰 베버입니다. 그도 슈베르트처럼 ‘겨울 나그네’ 또는 ‘겨울여행’을 썼느냐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시인 빌헬름 뮐러는 29세 때인 1823년 독일 데사우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와 친했던 베버가 세례식에 와서 대부(代父)가 되어 주었습니다. 뮐러는 아이의 이름을 막스라고 지었습니다. ‘마탄의 사수’ 남자 주인공 이름을 딴 것입니다.

빌헬름 뮐러는 감사의 뜻에서 1823년 출간한 시집 ‘여행을 다니던 호른 연주가의 유고(遺稿) 속 시’를 베버에게 헌정했습니다. 베버에게 주는 헌정사가 뚜렷한 이 시집을 슈베르트가 보게 되었고, 시집 속 절망에 빠진 사나이의 이야기에 공감해 이 시들에 곡을 붙였습니다. ‘겨울 나그네’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연입니다. 슈베르트는 이에 앞서 11세 위 선배인 베버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으니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여기서 그칩니다.

약간은 밋밋한 일화를 소개했죠? 소소한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빌헬름 뮐러의 아들로 ‘마탄의 사수’ 주인공의 이름을 딴 막스 뮐러는 언어학자 겸 소설가가 되었고 ‘독일인의 사랑’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한 세대 전 한국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작품입니다. 베버의 이름은 60여 년이 지나 1880년대 후반에 젊은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이름과 함께 다시 음악사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고자 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슈베르트#겨울 나그네#빌헬름 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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