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무-도라지 밭이 돈의 도시로… ‘강남’을 욕망하는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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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은 강남 사람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한국 사람들을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강남의 탄생’(한종수 계용준 강희용·미지북스·2016년) 》
 
요즘 사람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집이다. 고공행진을 하는 집값과 전세, 월세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휜다는 하소연이 넘쳐난다. 더 싼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지, 대출을 늘려야 하는지 희망이 없는 고민을 털어놓다 보면 누군가는 후렴구처럼 이 말을 뒤에 붙인다. “예전에 강남에 땅 한 덩이만 사놨으면 지금 떵떵거리고 있을 텐데….”

서울 강남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욕망이 가득하다. 1970년대 시작된 개발 사업, 그리고 약 40년 만에 쌓인 거대한 부. 처음에는 그저 영등포 동쪽 지역이어서 ‘영동(永東)’으로 불리던 이 땅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이 됐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가 예전에 무밭(잠원동) 또는 도라지밭(도곡동)이었으며, 꽃 키우는 동네(서초동)였다는 건 사람들에게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강남처럼 빨리 성장하고, 잘살 수 있는지가 관심사일 뿐이다.

이 책은 강남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건설사들이 한강변을 공짜로 매립하고 아파트를 지어 올려 엄청나게 많은 돈을 쉽게 끌어모은 내용은 흥미롭다. 각 지자체마다 강남 따라하기 정책을 펼친 결과 경북 경주시나 전북 전주시 같은 몇 개의 고도(古都)를 제외하고는 나름의 특징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되새길 만하다.

강남은 한국의 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은 부동산 개발과 아파트 건설로 점철돼 있으며, 보존해야 할 가치에 대한 고민보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둘러싼 ‘쩐의 전쟁’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부를 축적하는 방법에 대한 믿음은 그대로이며, 주거 공간 안에 어떤 가치를 집어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은 마지막에 “강남이 사람 사는 곳으로 바뀌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부촌, 성형수술, 사교육, 유흥업소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남이 지금보다 인간미 넘치고, 땀 흘려 부를 창출하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책#강남의 탄생#한종수#계용준#강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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