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시대 따라 다른 사망기준… “죽음도 삶만큼 독창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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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에는 사망 진단이 과거보다 한층 복잡한 문제로 인식된다. 죽음을 정의하는 문제와 관련해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훨씬 심오한 죽음의 재정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멜라니 킹·사람의무늬·2011년) 》

때론 “영면하셨습니다”라는 우아한 단어로, 어떨 때는 “몇 시 몇 분 OOO 씨 사망하셨습니다”라는 보다 차갑고 비정한 말투로 결정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봤던 죽음의 순간이다. 임종의 순간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죽음의 순간은 대략 이렇다.

수명이 길어지고 죽음의 순간도 제각각 달라지면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고민이 깊어진다. ‘웰다잉(well-dying)’이라는 조어와 이를 위한 교육 과정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두 번 경험하지 못하는’ 죽음의 특성상, 죽음에 대한 논의는 산 자들의 추론과 입증과 짐작에 불과하다.

저자는 고대시대부터 현재까지 그 살아있는 자들이 행했던 각종 죽음과 관련한 의식과 풍습을 소개하면서 시간에 따라 바뀌는 ‘죽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과거에는 죽음의 시점을 정의하기조차 어려웠다. 이 때문에 시체를 넣은 관 안에 ‘안전벨’을 연결해 죽었다 살아날 경우 흔들어 알려주도록 하거나, 시체가 부패하기 전까지는 살아날 수 있으므로 매장 시기를 조정하기도 했다. 생매장에 대한 두려움이 워낙 커, “사망 시 심장에 구멍을 내달라”는 유언을 남긴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사실상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현대의학의 사망 정의에 대해서 저자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시점이 재평가된 것”이라고 말한다. 심폐소생술과 제세동 등의 구명 기술은 과거로 치면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기술인 것이다. 또 장기 기증이 활발해지면서 죽음은 사자(死者)가 남기는 자산(資産)과 이해관계로 얽힌 개념이 됐다. 예나 지금이나 죽음이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의 영역이라는 점을 빼면, 그 정의나 기준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죽음은 실로 우리 각자의 삶만큼이나 독창적일 수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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