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시끌벅적 맨해튼 남부에 ‘미니멀리즘 화랑’ 몰린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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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람들이 무엇이 결여돼 있기에 저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하고 물어야 한다. 그들의 선택에 열광하지는 못한다 해도 그들의 박탈감은 이해 할 수 있다. ―행복의 건축(알랭 드 보통·이레·2007년) 》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 감정이 영원할 거라 생각한다. 배우 김태희는 세대를 거듭해도 미인의 표상일 것이라고 여기는 식이다. 과연 그럴까. 세계적 작가인 저자는 디자인과 건축의 역사를 보면 우리의 취향이 그렇게 지조를 잘 지키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금박을 입힌 찬장은 한때 사랑받았을지언정 지금은 ‘미학적 범죄’라며 조롱받기 십상이다.

미(美)를 향한 마음은 왜 바뀔까. 저자는 독일의 미술사가 빌헬름 보링거의 견해를 빌려 설명한다. 사회는 내부에 모자란 점을 예술에서 찾아 사랑하고, 이는 시기마다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빠르게 변하고, 소란스러운 사회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스타일을 찾는다.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에 미니멀리즘 화랑들이 몰려 있는 이유다.

예는 더 있다. 1923년 프랑스의 한 기업가는 건축가에게 공장 노동자를 위한 집을 의뢰했다. 건축가는 아무 장식도 없는 상자 모양의 모던한 주택단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콘크리트 격납고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떠나온 시골 마을이 그리웠다. 그들은 얼마 못 가 집에 지붕을 씌우고 덧문을 달고 꽃무늬 벽지를 발랐다.

결국 우리는 자신에게 없는 미덕을 적절하게 지니고 있는 무언가를 봤을 때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떤 사람이 어떤 스타일에 끌리는가는 다양한 시사점을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사람의 취향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현재 목말라 하는 부분에 관해서도 드러낸다는 것이다.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이다. 배관을 노출한 천장, 콘크리트로 연출한 벽면, 벽돌과 금속 소품 등이 특징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솔직함과 오래전부터 살았던 것 같은 친근함이 그립다는 방증일 테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행복의 건축#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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