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비즈니스 武林서 ‘만만디 중국 고수’ 이기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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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을 무시하면서 시작하는 중국생활은 답이 명확하다. 중국시장을 우습게 보고 덤비는 기업의 흥망도 자명하다.’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 (이병우 지음·멘토프레스·1만4000원) 》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 중국 현지법인장이 출국하기 전날 사장이 그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중국법인은 자네가 알아서 해라. 어떤 보고도 내게 하지 마라. 사람을 채용하든 해고하든 마음대로 해라. 회사를 팔고 도망쳐도 뭐라고 하지 않겠다.”

대표의 무한 신뢰를 받은 법인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는 중국 근로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근로자들 몰래 숙소 화장실로 들어가 윤이 나도록 변기와 세면대를 닦았다. 중국 직원들과 진정한 ‘관시(關係)’를 맺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다.

중국인들은 처음부터 남에게 쉽게 접근하는 법이 없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충분히 시간을 가지며 상대를 꼼꼼히 살펴본다. 명함 주고 술 한잔 했다고 마음을 열지 않는다.

중국법인장이 화장실 청소를 한 지 6개월이 지나자 근로자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 저 사람은 쇼하는 것이 아니구나!’ 어느 날 법인장이 직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 숙소를 깨끗하게 청소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첨단정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는가? 앞으로 기숙사 정리가 안 된 직원들은 내보내겠다. 대신 나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보상하겠다.” 법인장에게 두터운 신뢰를 갖고 있었던 근로자들은 숙소는 물론이고 생산현장의 청결을 유지하는 데 힘썼고 이는 공장의 생산성과 제품의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책의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서 일본인과 중국인을 가장 무시하는 사람이 한국인인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인을 ‘아주’, ‘잘’ 무시한다고. 얕보고 진입하는 시장에서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더구나 ‘관시’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과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는 중국인과 일해야 한다면 말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이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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