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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독서人]‘변치않는 단순함’을 모토로 삼는 프로골퍼 최경주

입력 2012-11-24 03:00업데이트 2012-1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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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낸다고 굿샷 하나요? 책 읽을때 큰 욕심 없어요”
프로골퍼 최경주는 “삶 속에서 좋은 습관을 만들긴 힘들지만 나쁜 습관이 배는 건 순식 간”이라며 “단순한 삶을 유지하고 책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프로골퍼에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골프는 ‘멘털 게임’이다. 프로골퍼 최경주는 경기 도중에 미스샷을 날리더라도 절대로 골프채로 땅을 치거나 나쁜 말을 내뱉지 않는다. 1999년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한 약속이다. 아무리 한국말로 욕을 한다고 해도 외국인 선수나 갤러리도 느낌으로 다 알아듣기 때문이다.

“미스샷을 내고 욕을 하면 사람들은 ‘공도 못 치는 게 욕이나 한다’고 흉을 보지, ‘속 시원하게 잘 뱉었으니 다음 샷은 잘할 수 있을 거야’ 하고 등을 두드려 주지 않습니다. 나보다 키가 크고 스윙 스피드도 월등한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마음까지 불안정하면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최근 펴낸 자서전 ‘코리안 탱크, 최경주’(비전과리더십)에서 전남 완도의 촌놈이 미국 PGA투어 선수로 자리 잡게 되기까지의 좌절과 도전을 펼쳐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안정된 스윙을 하려면 스윙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 항상 똑같아야 하는데 그 똑같은 동작을 ‘루틴’이라 한다”며 “일상생활에서도 늘 변하지 않는 ‘단순함’에서 힘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가 PGA투어 도중에 반드시 지키는 원칙은 또 있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절대로 TV를 켜지 않는 것이다. 집중과 안정을 위해서다. 그 대신 숙소에서 책이나 성경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는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정독을 한다”고 말했다. 속독은 익숙해지지 않아서인지 금방 잊어버리고,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10여 년 전 PGA투어를 준비하면서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때부터 책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지요. 2년 전에는 2주에 한 권씩 읽기로 마음먹고 1년간 약 25권을 독파한 경험이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큰 욕심은 없어요. ‘한 권당 한 문장씩만 내 것으로 만들자’는 마음으로 읽습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그는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두란노)과 유진 오켈리의 ‘인생이 내게 준 선물’(꽃삽)을 꼽았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인물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유진 오켈리는 세계적인 KPMG그룹의 최고경영자(CEO)였는데, 뇌종양 판정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죽기 직전에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고, 부인의 도움을 받아 자서전을 쓰며 삶을 정리하는 모습이 감명을 주었습니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항상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은 반대로 삶의 매 순간 순간이 그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며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말로 와 닿았습니다.”

그는 2007년 골프 꿈나무 육성과 자선사업을 위해 ‘최경주재단’을 설립했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는 재단 설립 과정에 큰 도움을 준 책이다. 그는 “전 세계의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고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를 염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절제와 인내심, 정신력과 기다림 같은 덕목”이라며 “청소년들이 공부만 하지 말고 스포츠를 통해 리더십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골프는 심판의 판정이 없는 운동입니다. 정해진 홀에 들어갈 때까지 선수 스스로 컨트롤 하는 경기죠. OB나 해저드 등 공동으로 정한 구역을 지키고, 시간을 준수하고, 에티켓을 지켜야 합니다. 스포츠를 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입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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