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한류를 이끄는 학자들]<5>낸시 에이블먼 美 일리노이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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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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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두려워 않고 다양하게 적응하는 한국인들 놀라워

한국인의 조기유학 열풍에 관심이 많은 낸시 에이블먼 교수는 최근 일본 학생들이 점차 외국 유학을 꺼리는 반면에 한국 학생들은 여전히 유학을 선호하는 현상에 주목해 한일 유학생 비교 연구를 하고 있다. 낸시 에이블먼 교수 제공
한국인의 조기유학 열풍에 관심이 많은 낸시 에이블먼 교수는 최근 일본 학생들이 점차 외국 유학을 꺼리는 반면에 한국 학생들은 여전히 유학을 선호하는 현상에 주목해 한일 유학생 비교 연구를 하고 있다. 낸시 에이블먼 교수 제공
전국에 민주화의 열망이 뜨겁던 1987년, 전북 고창군에서는 농민들과 동고동락하는 푸른 눈의 미국인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농민들로부터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고, 농민들이 시위를 할 때면 함께 섞여 투쟁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후 서울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의 말벗이 되거나 농촌드라마 ‘전원일기’를 즐겨 보며 한국어 실력도 키웠다. 그는 1년여의 생생한 참여 관찰 뒤 한국의 농민운동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사회문화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낸시 에이블먼 미국 일리노이대(어배나 섐페인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53)는 한국사회를 계층, 사회이동, 이민, 교육, 가족, 여성, 다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해 왔다. 격동하는 한국사회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었고 아웃사이더의 시각은 학자로서의 균형감에 도움을 줬다.

e메일로 만난 에이블먼 교수는 “민주화, 냉전 해체, 경제 발전, 신자유주의화, 세계화, 최근 다문화사회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아찔할 정도로 빠르게 변해 왔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국인들을 연구하는 것은 인류학자로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 학부 시절 일본학을 공부한 그는 일본 규슈에 머물다 한국인 학자들을 만나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UC버클리 대학원에 진학한 뒤 한국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1980년대 초 UC버클리에는 한국 전근대사에 관한 수업 하나뿐이었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정이 많은 한국인 학자들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박명규 서울대 교수 등이 그의 오랜 친구이자 멘토다.

지금 미국 일리노이 주에 사는 에이블먼 교수는 재미교포 한인들과 접촉하거나 한국에서 안식년을 지내며 연구를 해왔다. 저서 ‘사회이동의 멜로드라마: 현대 한국의 여성, 대화, 그리고 계급’(2003·하와이대 출판부)은 십수 년 친분을 나눠온 한국인 중년여성 8명을 인터뷰한 결과 나왔다. 수다 떨 듯 털어낸 이들의 속내로부터 한국 여성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가정 내 계급 차별 현상과 자녀 교육 문제 등도 다뤘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이 일어나자 공동저서 ‘블루 드림: 재미 한인들과 LA폭동’(1995·하버드대 출판부)을 출간했다. 흑인들이 왜 한인들을 공격했는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도 인종 차별주의자로 묘사되는 미국 한인들이 이후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헤쳐 왔는지 썼다. 전체 미국사회의 인종 갈등, 도시 빈곤, 이민, 다문화, 이데올로기 양극화 등의 이슈까지 풀어냈다.

한국의 유별난 교육열에 주목해온 에이블먼 교수는 1990년대부터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한인 조기유학생들을 지켜보며 한국의 조기유학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일리노이대 한인 학생들을 바탕으로는 교육, 계급, 성(gender), 가족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룬 인류학서적 ‘친밀한 대학: 한인 학생들과 차별 문제’(2009·듀크대 출판부)를 출간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열에 대해 뜻밖에도 “매우 합리적”이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교육을 통해 취업과 연봉 등 물질적 보상, 자존감과 사회적 대접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는 “한국은 교육을 향한 욕구와 전략이 계층의 범주를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과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에이블먼 교수는 한국학자가 된 것이 ‘행운’이라고 거듭 말했다. “백인 학자들이 지배하는 학문과 달리 다양한 배경을 지닌 연구자들이 이 분야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죠. 20여 년 사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제 연구의 독자층이 부쩍 늘어난 것도 기쁜 일입니다.”

:: 낸시 에이블먼 교수는 ::

△1959년 미국 출생 △미국 하버드대 학사(동아시아학)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석사·박사(사회문화인류학) △1990년∼현재 미국 일리노이대(어배나 섐페인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낸시 에이블먼#한국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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