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정리-정돈-청소 3원칙으로 회사 살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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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폐기물처리사 여사장의 ‘절체절명 상태라도 세계에서…’

1999년 2월 일본의 한 민영방송은 ‘오염지의 고뇌, 농작물은 안전한가’라는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사이타마(埼玉) 현 도코로자와(所澤) 시의 채소에서 고농도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전역의 소비자들이 도코로자와 시에서 출하된 채소를 일절 사먹지 않았다. 농가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비난의 화살을 산업폐기물 처리 회사에 집중시켰다. 폐기물 소각 때 나오는 다이옥신 함유 연기가 채소를 오염시켰다고 외쳤다.

결론적으로 그 주장은 근거 없는 억측이었다. 하지만 산업폐기물 처리 회사 이시자카(石坂)산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주민들은 “마을 밖으로 나가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거래 기업도 잇달아 끊어졌다.

이시자카 노리코(石坂典子·당시 27세·여) 씨는 이시자카산업의 영업본부장이었다. 부친이 창업한 회사에 입사해 일하고 있었다. 어깨가 축 처진 부친의 모습을 본 이시자카 씨는 말했다. “아빠, 제가 이 회사를 되살릴 게요.”

반신반의하던 부친은 딸의 강한 요구에 2002년 경영권을 넘겨줬다. 30세 여성 사장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회사 상황은 ‘엉망’이었다. 누드 화보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고 저질 책들이 굴러다녔다. 종업원이 헬멧을 쓰지 않는 것은 예사였고 슬리퍼 차림으로 일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이시자카 씨는 정리, 정돈, 청소라는 ‘3원칙’을 정했다. 먼저 정리. 누드 화보 등 기업 활동에 필요 없는 것들은 철저히 버렸다. 6곳이던 휴게소도 1곳으로 통합했다. 그러자 아버지뻘 되는 사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시자카 씨는 그런 사원들을 퇴사시켰다. 전체 인원의 40%가 회사를 떠나면서 평균 연령이 55세에서 35세로 낮아졌다.

이어 일, 제도 등을 하나하나 정돈했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매뉴얼을 만들었다. 사원의 하루 움직임과 작업 순서 등을 체계화했다.

마지막으로 청소를 강조했다. 이시자카 씨는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공장을 돌며 청소 상태를 확인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 감독 보고서’도 작성했다.

사장 취임 8년이 지나자 회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밝고 깨끗한 회사로 변해 있었다. 이시자카산업은 지난해 재단법인 일본청소협회가 주는 ‘청소대상’을 받았다.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회사 경영도 안정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41억3000만 엔(약 385억 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2년부터는 ‘탈(脫)폐기물 회사’를 내걸고 반딧불이와 멸종 위기의 일본 꿀벌 보호 운동도 벌이고 있다.

그의 성과가 알려지자 도요타자동차 등 대기업, 장관, 지사, 대학교수, 주일 각국 대사 등이 견학을 하러 왔다. 2013년 12월 총리관저에도 초청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났다.

이시자카 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경험담을 엮어 ‘절체절명 상태라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회사로 바꿀 수 있다!’(사진)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인터넷 전자서점 ‘아마존’에서 종합순위 1위에 올랐다. 발매 3일 만에 2쇄에 들어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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