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양자 우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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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도조차 두손 든 양자역학
3주째 英 서점가 휩쓰는 비결은…

최근 영국에선 어려운 학문이라고만 여겨졌던 물리학을 선택 과목으로 정하는 학생이 늘어나 화제다. 물리학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을 두고 많은 과학자는 떠오르는 스타 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콕스는 시청자 수백만 명의 눈을 사로잡은 BBC TV의 시리즈 ‘태양계의 경이’와 ‘우주의 경이’로 단숨에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물리학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래서일까. 그가 맨체스터대의 교수 제프 포쇼와 함께 저술한 ‘양자 우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The Quantum Universe: Everything that can happen does happen)’는 지난달 27일 발간된 이후 수많은 미디어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빛의 파동은 환경에 따라 때로는 분자들이 일정하게 흐르는 것처럼, 때로는 분자들이 아래위로 파동을 치는 것처럼 움직인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정답일까? 양자 물리학은 이렇게 답한다. ‘둘 다 정답이면서, 또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저자들은 양자 역학의 핵심은 확실성보다는 개연성(혹은 확률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물에 대해 확실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몇몇 자연적 현상은 순전히 우연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자 역학에 따르면 분자들은 동시에 두 가지 장소에 존재할 수 있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현상은 분명히 다 일어날 수 있으며 우주는 텅 비어 있는 동시에 가득 찰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을 던질 때 우리는 공이 어떤 궤도를 따라 포물선을 그리며 운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양자 이론에 따르면 공은 단순히 궤적을 그리며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을 이루는 원소 하나하나가 순간의 공간 전체를 움직이는 것이다.

저자들은 곧이어 파동함수와 반물질, 별들과 태양의 움직임 및 죽음 등등에 대해 방대한 이론들을 설명해 나간다. 재미있는 점은 작가들이 ‘일반인이 양자 역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을 목표로 저술했음에도 실제 이 책은 파이낸셜타임스의 크리스 쿡 기자가 지적했듯이 ‘심지어 물리학을 전공한 학생조차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게’ 쓰였다는 점이다. BBC의 ‘경이’ 시리즈를 진행할 당시 콕스는 쉽고도 열정적인 설명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 같은 친절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양자 물리학은 학교의 교실에서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학문’이라면서 우리 모두는 양자 물리학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호응하듯이 이 어려운 책이 출간 직후부터 계속 베스트셀러 목록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난이도를 떠나 인문과학 서적이 잘 팔리지 않아 울상인 한국 출판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국인들의 호응이 비록 잘생긴 스타 물리학자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나 미디어의 추천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학서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이 이방인에게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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