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새내기 철학입문서’ 20선]<19>서양근대철학의 열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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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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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神을 버리고 얻은 선물은
◇서양근대철학의 열가지 쟁점/서양근대철학회 지음·창비

《“근대철학이 서양의 지성사에 기여한 공로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아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존재의 순서에 따라 탐구를 하든 아니면 인식의 순서에 따라 철학적 사유를 하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아르키메데스의 점처럼 확실성을 담지한 자아가 놓여 있다. 인간 자신이 바로 앎과 삶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근대성을 특징짓는 한 기준이 되었다. 이성의 바른 사용은 앎의 세계를 확장시켰고, 감정과 정념 그리고 자유의지의 복권은 삶의 세계에 다양성과 역동성을 부여해주었다.”》
서양의 17세기는 근대에 해당한다.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저서 ‘과학과 근대세계’에서 이 시기를 ‘천재들의 세기’라고 불렀다. 근대는 사상적으로 큰 발전을 이룬 시기였다. 서양철학은 근대에 이르러 베이컨, 데카르트, 홉스, 라이프니츠 같은 걸출한 철학자를 배출하며 고대와 중세 철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개인과 사회 국가의 관계를 탐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서양 근대철학을 물질과 운동, 방법, 지식, 지각, 실체, 자아, 정념, 도덕과 자유의지, 개인과 사회, 신과 종교 등 10개 주제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서양근대철학회에서 활동하는 국내 소장 철학자 26명이 매달 세미나를 갖고 토론한 내용을 공동 집필했다.

서양 근대철학의 출발점은 과학적 세계관이다. 오랜 시간 서양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을 해석의 중심에 뒀다. 신의 은총과 섭리라는 해석의 틀 안에 인간과 자연을 설명했던 것. 그러나 근대 철학자들은 전혀 다른 코드로 자연현상과 인간본성을 읽었다. 근대철학은 신의 섭리가 아닌 물질에 초점을 맞췄다. 물질의 운동과 법칙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유물론은 중세에는 사상사의 전면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근대가 되면서 관심을 받게 됐다.

근대 들어 가톨릭교회의 권위에 문제를 제기한 교회개혁운동이 널리 퍼지면서 지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지식이라는 실체에 대한 고민이었다. 중세 시대에는 신앙과 믿음이 지식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근대 철학자들은 지식과 신앙을 구별하고 확실한 지식을 찾는 일이 철학의 주된 임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앎의 기원은 어디인가, 앎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앎의 한계는 어디인가 등의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시대를 막론하고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중세사회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은 ‘신이 원하는 삶을 따르는가’를 고민하는 종교적 관점에 한정됐다. 인간이 그 자체로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철학적 호기심은 적었다. 근대에는 명예혁명이 일어난 영국을 중심으로 개인의 자유, 인격, 자율성, 자발성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싹텄다. 근대철학은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이며, 이성의 올바른 사용을 통해 도덕적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다고 봤다.

신과 종교는 서양 근대철학의 난제(難題)였다. ‘신이 어떻게 세상을 이토록 시련이 많은 곳으로 만들어 놓았는가’ 하는 의문은 신앙을 중시했던 고대인이나 중세인들보다 이성과 자유의지를 믿었던 근대인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였다. 서양 근대철학은 신의 존재를 계시가 아닌 이성의 힘으로 논증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악과 선한 신의 존재를 탐구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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