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특별전]창백한 얼굴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1903년, 수정작업 1904∼5년 유화 80x40cm)

달빛처럼… 유령처럼… 새하얀 슬픔

금세라도 눈물이 차오를 것 같다. 달빛처럼 창백한 얼굴로 시선을 내려 깐 여인. 마치 한 덩어리인 양 옷과 머리, 모자에 녹아든 검은색으로 백지장 같은 얼굴이 더욱 새하얗게 보인다.

‘창백한 얼굴’의 구도와 색상은 특이하다. 정면을 바라본 여성 초상화들과 달리 옆얼굴을 담고 있다. 색채 면에선 에스프레소 같은 새까만 검정부터 옅은 검정까지 블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집중적으로 탐색했다. 황금빛 시기가 서서히 끝나가면서 검정을 파고든 클림트. 슬픔과 죽음을 상징하는 색을 통해 자신의 관심과 고뇌를 세련되게 표현한다.

1892년 아버지를 잃은 데 이어, 벽화작업을 함께 한 남동생 에른스트마저 뇌일혈로 일찍 세상을 떠난 뒤 화가의 가슴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깊이 뿌리내린다. 평생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다 죽은 어머니를 한 집에서 지켜보면서 자신에게 그런 유전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극도의 불안감에도 시달렸다.

병과 죽음에 대한 자각은 그에게 치유하기 힘든 통증이자, 삶과 더욱 치열하게 맞서게 한 자극제였을 터. 불안과 강박을 자양분으로 그의 예술은 한층 웅숭깊어졌다. 몸 안의 가시처럼 사는 동안 우리를 뒤따르는 슬픔과 고통, 때론 그 속에서 핀 꽃이 더 환하다.

‘물고기는 제 몸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남진우의 ‘가시’)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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