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따라잡기]불황타고 자기계발서 줄줄이 컴백

  • 입력 2008년 7월 19일 03시 00분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 극장을 나서다 친구들끼리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원래 공공의 적 투(2)도 있잖아?” “1편으로 돌아가서 또 다른 투(2)래.”

“그럼 강철중 투라고 해야 하나?” “그것도 투, 이것도 투.”

한마디 했다. “요즘 ‘초딩’도 안 하는 개그를…. 자꾸 일부러 침 ‘투’길래?”

원래 그렇다. 진짜 ‘내일의 태양이 뜨는지’ 알고 싶다. 좋아하면 궁금하니깐. 영화건 드라마건 소설이건. 대놓고 “돌아오겠다(I'll be back)”고도 한다.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해리 포터는 거의 연예인이다. 활동 뒤 휴식, 잊을 만하면 다른 영역(영화)으로 선보이는 센스. 그런데 최근 자기계발서 스타들도 ‘컴백’ 무대가 한창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설득의 심리학’(21세기북스). 2002년 장안의 화제를 모으며 국내에서만 1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그 ‘투’가 이달 초 출간됐다.

사실 이 책은 당시에도 완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심리학에 기반을 둔 인간관계 안내서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상대를 설득(persuasion)한다’는 직접화술이 허를 찔렀다. 중용이나 인화 등 도덕교과서처럼 얼버무리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기술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대화를 이끈다.” 풍부한 사례까지 보태지며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6년 만에 돌아온 후편도 꽤 독자들을 설득하나 보다. 2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1만 부 가까이 나갔다. 원제가 ‘그래, 과학적으로 증명된 설득하는 50가지 방법(Yes! 50 scientifically proven ways to be persuasive)’인 책이 2편이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에 비해 비슷한 시기에 나온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황금가지) 시리즈는 거의 ‘007’급이다. 2000년 첫 권이 출간된 뒤 본 시리즈만 여덟 편째. 외전이라 부를 책도 2, 3권 된다. 저자나 출판사 입장에선 섭섭한 소리겠지만, 살짝 식상하다.

하지만 파괴력만 놓고 보면, 아빠의 힘은 설득 이상이었다. “돈 없으면 아버지 대접도 못 받는” 새로운 시대상을 열어젖혔다. ‘부자 돼라’ ‘로또 당첨’이 덕담이 된 시기도 그쯤이다. 국내에서만 1권 100여만 부를 포함해 모두 3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지금까지 이어진 ‘부자 신드롬’의 주역이다.

이 ‘타이밍’이야말로 시리즈가 지금까지 이어진 힘이다. 대놓고 말하긴 껄끄러울 때 ‘돈은 곧 위신’이라고 칼을 뽑았다. 부동산 주식 열풍 땐 ‘부자 아빠의 투자 가이드’(3편)가 나왔다. 구조조정, 조기은퇴의 칼바람 앞에선 ‘부자 아빠의 젊어서 은퇴하기’(5편). 그리고 2008년, 부자 아빠의 주제는 ‘직장을 그만두기 전 내 사업을 준비하라’이다.

2탄이 성공한단 보장은 없다. 안 나오는 게 나았을 속편도 부지기수다. 안일한 기획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불황이 길어지는 출판계. 독자들 설득 잘해서 서로 돈 많이 벌길. 곳간에서 인심도 커질 테니.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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