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따라잡기]여성독자 몰리는 기욤 뮈소 ‘붐’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한 선배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기욤 뮈소 책 좀 있냐?” “무슨 미소?”

“요새 지하철 타면 다 이 책 들고 다니던데.” “염화미소 같은, 불교서적인가?”

웬 망신.

이처럼 세게 ‘물 먹은’ 기욤 뮈소는 프랑스 소설가다. 속된 말로 한국에서 제일 ‘핫’한 소설을 썼다. ‘사랑하기 때문에’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밝은세상)가 연달아 베스트셀러다. 지난해 12월 나온 ‘사랑하기 때문에’는 20만 부를 넘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06, 2007년에 나온 나머지 책도 10여만 부가 팔렸다.

이런 동시다발 인기는 급작스럽다. 기욤 뮈소 소설이 처음 나온 게 아니니까.

첫 소개는 ‘완전한 죽음’(열린책들). “프랑스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5년 국내에 들어왔다. 반응은 신통찮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붐’이다. 소설만 보면 완전한 죽음도 꽤 재밌는데…. ‘3년의 미스터리’다.

해답이 없으니 출판사에 물어볼 수밖에. “‘스토리 텔링’을 강조한 소설에 대한 시각의 변화인 것 같아요. 기욤 뮈소 소설은 미국적인 색채가 강해요.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죠. 영상세대에게 ‘영상소설’이 맞아떨어졌다고나 할까요?”(신선숙 밝은세상 외서팀장)

영상소설이란 표현은 틀린 말이 아니다. 기욤 뮈소 원작소설이 나온 ‘XO Editions’는 프랑스의 한 영화사에 소속된 출판사다. 소설 기획 단계부터 시나리오를 고려한단다. 글 쓸 때부터 이게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를 염두에 둔다. 올해 10월경 ‘완전한 죽음’이 배우 존 말코비치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로 선보인다.

그렇다고 ‘영화 같은 소설’만이 해답은 아니다. 영화 뺨치는 소설이야 넘친다. 오히려 그런 소설은 해외 명성에 비해 국내에선 죽 쑬 때가 많다. 여기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정서적 감동’이 작용한다.

“첩보 스릴러 같은 ‘미국식’이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근데 기욤 뮈소 소설에는 화려한 스케일 속에 잔잔함이 있어요. 사랑으로 치면 그냥 불붙는 그런 게 아니라 애잔한 정 같은 거. 미국 스타일과 유럽 정서의 결합이라고 할까. 10, 20대 여성들이 특히 열광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정은미 열린책들 유럽문학팀장)

이 대목이 헷갈린다. 독자들은 단순히 ‘재밌는’ 책을 원하는 게 아니다. 뭔가 가슴 한구석을 톡 건드려주길 원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그러는 건 싫다. 가벼운 영화 분위기와 잔잔한 감동을 함께. “예쁘면서 착한” 이상형처럼.

기욤 뮈소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에 소개된 ‘완전한 죽음’ ‘스키다마링크’도 다시 주목받는다. 선배에게 기욤을 읽었노라 메시지를 보내기도 쑥스럽고…. 마저 읽고 영화나 기다려야겠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