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일민미술관 ‘원더풀 픽쳐스’전 - 오페라 갤러리 호메루 브리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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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의미 찾아 왔다가 재미 보고 가네요
■ ‘원더풀 픽쳐스’전
174점 대중 눈높이로 골라
관람객 후기 인터넷 공개도

■ 호메루 브리투전
브라질 출신 팝아티스트
알록달록 색깔로 웃음 선사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왠지 미흡하다. 1, 2층 전시장 벽을 채운 174점의 크고 작은 그림. 처음엔 한 덩어리처럼 이미지가 다가오지만 자꾸 볼수록 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이 수줍게 말을 걸어온다. 그러니 느긋한 마음으로 서너 번 전시장을 도는 것이 이 전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원더풀 픽쳐스’전. 그림에 관한 한 ‘나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을 비교하는 동시에 ‘우리들의 취향’을 살짝 엿보게 하는 자리다. 나이, 성별, 학교, 장르에 상관없이 화가 174명의 작품을 모은 대형 회화전인데 작품 선정의 잣대가 색다르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그림이냐’는 것.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찬 무거운 그림보다 보통 사람이 자기 집에 걸어놓고 싶어 하는 그림을 모아보고자 했다는 취지에 걸맞게 전시에선 밝고 환한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오페라갤러리가 개관 2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브라질 출신 팝아티스트 호메루 브리투 씨의 작품전 역시 대중 친화적이다. 피카소와 마티스의 세계를 합친 듯한 작품을 놓고 ‘상업적’이란 삐딱한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인사 컬렉션에 작품이 포함되는 등 널리 사랑받는 작가다. 대중을 의식한 두 전시는 관람객이 ‘해석’ 때문에 주눅들 필요가 없는 데다 전시기간이 넉넉한 것도 장점.

○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다-멋진 그림

큐레이터와 미술 비전공자를 포함한 일민미술관의 직원 8명이 두 달에 걸쳐 전시와 도록, 웹사이트를 뒤져가며 100점씩 멋진 이미지를 뽑았다. 이 중 작품을 추리고, 기획 의도에 동의한 작가들의 그림으로 전시를 꾸몄다. 선정 작가를 보니 공성훈 김덕기 샌정 남경민 정재호 정보영 서동욱 서유라 씨 등 지명도 있는 작가부터 무명화가까지 다양했고 70%는 20, 30대였다.

풍경, 정물, 인물, 동물 등 이미지별로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는 거창한 의미나 메시지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관람객 스스로 판단하고 보는 전시다. 전시장 벽면에 관람객들이 직접 감상 후기나 의견을 써넣는 코너를 마련했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보고 경험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술관에서 배우겠다는 뜻이다.

전시에서는 한국 현대회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떤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김태령 디렉터는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함께 그림을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해보자는 전시”라며 “작품은 단편적이지만 그림들을 모아놓고 보니 그림이 보였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8일까지. 전시와 더불어 음악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는 아카이브 상영회가 12월 27일까지 열린다. 02-2020-2055

○ 대중에 희망을 퍼뜨리다-행복한 그림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한 브리투 씨는 미국에 정착해 입체주의와 팝아트가 뒤섞인 작품으로 인정받기까지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작품에는 낙관과 삶의 즐거움만 충만하다. “그때의 시간들은 나를 꿈꾸게 했다. 눈앞의 현실이 나를 꺾은 것이 아니라 나로 하여금 상상 속의 더 밝고, 빛으로 찬 세상을 바라보게 했던 것이다.” 이런 믿음을 토대로 브리투재단을 만든 그는 불우한 어린이들의 미술교육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채로 하트무늬와 꽃, 춤추는 사람들, 강아지 등 친근한 이미지를 표현한 그림과 판화, 조각.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넉넉한 희망과 행복을 선사한다. 12월 8일까지 오페라갤러리와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로비에서 볼 수 있다. 02-3446-007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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