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들여다보기 20선]<14>따로와 끼리: 남성지배문화 벗기기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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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름과 나눔’ ‘따로와 끼리’라는 남성 중심 지배 문화는 그 자체로도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문화는 사람의 본디 생김까지도 억압하며 나아가 그것을 무차별적으로 사람 사는 일 전체에 적용한다. 때문에 이러한 적용방식 또한 폭력과 억압일 수밖에 없다. 남성 중심 지배 문화는 가장 전형적인 ‘구조적 폭력’인 것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성 평등을 화두로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응시한다. 그 결과 드러나는 것은 터전이 헝클어지고 무너져 내린, 위기에 처한 삶의 모습이다. 그 위기의 뿌리를 이루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 팽배한 남성 지배 문화의 폭력성과 억압성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권력 지향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 지배 문화의 본질은 ‘따로와 끼리’ 혹은 ‘가름과 나눔’이다. 우리 삶에 만연한 편가르기와 패거리주의, 이에 맞닿은 억압과 차별은 왜곡된 남성 지배 문화의 사생아들이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가정에서의 소외와 불안한 직장 생활로 위축된 ‘위기의 남자’ 담론이 불거져 나왔다. 문제는 때론 소설이나 TV 드라마로, 때론 학문의 외양을 하고 유통되는 남성 중심의 담론이 실상은 ‘고개 숙인 남자’들이 겪는 위기의 뿌리와 남성 지배 문화가 밀착돼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남성 위기 담론은 오랜 세월 누려온 권세를 빼앗긴 기득권자에게서 보이는 권력 금단 증상과 유사한 ‘엄살과 회한의 남성학’이었다는 점을 또렷이 드러낸다.

저자는 남성적 시각에 기초한 위기 담론이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림으로써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아가 그러한 위기 담론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일종의 알리바이를 제공함으로써 남성 지배 문화의 억압과 폭력을 강화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가부장 사회에서 남성은 수혜자이므로 피해자이기 이전에 가해자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구조의 피해자로 겪는 남성의 고통도 ‘남성다움의 신화’에 대한 성찰의 결여와 맞물려 있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남성 스스로 사회 전반에 또 자신의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가부장성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지 않는 한 남성이 겪는 위기와 남성 지배 문화가 초래한 삶의 위기는 극복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성들은 날마다 ‘젠더’적 의미의 자살을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간혹 우리 삶의 망가진 모습을 남성 지배 문화의 폐해로 과도하게 환원시킨다는 점, 또 남성의 ‘기질적인 폭력성과 악마성’과 같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 지배 문화의 폭력성을 응시하는 시선은 좀 더 인간다운 미래의 삶을 위해 과거 및 현재와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또 시종일관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인본주의적 시각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이 시대에 추구되어야 할 보편성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 이 책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도 비로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학문의 자격을 갖춘 남성학이 등장하게 되었다.

정진웅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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