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동남아 대표 디자이너 태국의 수완 콩쿤티안 씨

  • 입력 2006년 4월 3일 0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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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 기자
김갑식 기자
수생 식물 ‘워터 히아신스(water hyacinth)’는 미국에서 ‘플로리다의 악마’로 불린다. 몇 개의 개체만 있어도 금세 주변을 덮을 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다른 식물의 성장도 방해하기 때문이다.

태국에서는 이 환경 오염의 주범을 가구 소재로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그 주인공이 태국의 디자이너 수완 콩쿤티안 씨로 아시아 디자인의 가능성을 제시한 사람 중 하나다.

지난해 말 방콕 시내에 있는 디자인 전문회사 ‘요타카 인터내셔널’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이 회사의 대표이다. 40대 중반인 그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고 마음씨 좋은 인상을 풍겼다. 1979년 독일에서 열린 쾰른 가구박람회에서 ‘베스트 유러피안 디자인상’을 받았으며, 2002∼2004년에는 태국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 수질오염 막고 수출도 하고

“요타카는 태국어로 ‘하늘에 있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불교의 세계관과 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었습니다.”

그는 태국 전통차를 권하면서 요타카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의 요타카는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태국 강가와 호수에서 언제나 쉽게 볼 수 있는 워터 히아신스였다. 1800년대 출라롱콘 왕 때 인도네시아에서 온 것으로 알려진 이 식물은 골칫거리였다. 수질을 오염시키고 수로를 막아 경제활동도 어렵게 했다. 태국 정부에서는 매년 워터 히아신스를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

‘달라이 스파 리파오’(위)와 ‘피피 커피 테이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제공 요타카 인터내셔널
1986년 그와 대학동창 위파니 씨가 워터 히아신스로 만든 가구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내가 워터 히아신스를 처음 사용한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태국에서는 100여 년 전부터 이 재료를 사용해 바구니 액세서리 등 수공예품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워터 히아신스라는 ‘나쁜 아들’을 착하게 만든 ‘아버지’가 된 것은 현대적 의미의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웃음)

○ 진정한 에코(Eco) 디자인

그는 가구 재료로서 워터 히아신스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워터 히아신스는 재질감이 주는 자연미가 뛰어납니다. 가구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줄기 부분을 적당히 자르고 연결하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습니다. 이 재료는 이곳에서 무궁무진합니다. 환경을 살리는 긍정적 효과도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소재가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살리기 위해 현대적 의미의 ‘디자인 악센트’에 공을 들였다. 수공예품에서 흔한 조잡함이나 싸구려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심플 디자인으로 세련미를 강조했다.

그 디자인 덕분에 워터 히아신스는 솜씨 좋은 숙련공의 수작업을 거친 뒤 가구로 만들어져 유럽 일본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노임 외에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듯하다. 판매 가격은 1만∼2만 바트(약 30만∼60만 원)이다. 태국에서는 비싼 편이지만 외국에서 대접받는 수출품이다.

그는 “나는 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며 “다른 동남아 국가를 방문할 때 워터 히아신스를 사용한 작품을 보면 반갑고 즐겁다”고 말했다.

그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물었다.

“가구뿐 아니라 보석 패션 등 태국이 강점을 보이는 디자인의 특징은 친환경적이라는 점입니다. 자연을 착취하지도 괴롭히지도 않습니다. 자연의, 자연에 의한, 자연을 위한 디자인이죠. 우리 입장에선 익숙할지라도 서구인의 눈에는 새롭게 보입니다.”

○ 자연이 경쟁력이다

요타카는 워터 히아신스 외에도 다른 친환경적인 소재도 개발하고 있다. 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 ‘리파오’의 줄기도 가구와 인테리어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달라이 스파 리파오’는 굵기가 평균 2mm 안팎인 리파오 줄기를 이용한 가구다. 천연 염색과 옛 태국 왕실에서 쓰던 수공예 기법을 사용한 제품으로 태국의 좌식 생활과 유럽의 의자 스타일을 혼합한 디자인이다. ‘피피 커피 테이블’은 연꽃 모양으로 단순하고 둥근 모양을 통해 불교의 윤회 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가구 디자인에서 재료의 제한은 없다고 봅니다. 디자이너가 추구하고 연구한다면 어떠한 재료라도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강조하는 동양 철학의 바탕 위에 현대의 테크놀로지를 혼합하고 이용해야 합니다.”

방콕=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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