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83>由周而來로 七百有餘歲矣니…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맹자가 제나라를 떠나면서 마음으로는 기뻐했으나 시대 상황에 대해서는 기뻐하지 않았다. 그것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는다는 군자의 태도를 어긴 것이 아니었다. 맹자는 인간의 전체 역사를 조망한 결과, 당시가 500년마다 王者가 일어난다는 주기를 이미 지나쳤고, 시대적 조건을 근거로 고찰한다면 바로 당시가 王者가 일어날 시기이거늘 王者가 흥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由周而來는 ‘주나라 문왕과 무왕 이래’라는 뜻이다. 以∼는 ‘∼을 근거로’의 뜻을 지닌다. 其數는 500년마다 王者가 흥기한다고 하는 연수를 말한다. 過矣는 이미 500년을 超過(초과)하고 있다는 뜻이다. 其時는 세상이 극도로 혼란스러워 다시 治平(치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때를 가리킨다. 可는 이제 극도로 혼란스러워서 다시 치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맹자는 한 번 다스려지면 한 번 어지러워진다는 一治一亂(일치일란)의 역사관을 지녔다. 한 번 다스려지면 한 번 어지러워진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천하가 한 번 어지러우면 한 번 다스려진다는 一亂一治(일란일치)의 관념과 통한다. 하지만 一亂一治는 이치의 당연한 결과만은 아니다. 역사를 변혁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요청된다. 맹자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맹자가 살고 있던 시대는 혼란이 극도에 달해 있었다. 그렇기에 맹자는 어느 나라든 오랜 기간 積德累仁(적덕누인·덕과 인을 쌓음)하면 王天下할 수 있다고 외쳤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가 富國强兵(부국강병)을 통해 침략 전쟁을 일삼고 있었으므로 맹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혜왕·상’에 보면, 梁襄王(양양왕)이 갑자기 묻기를 ‘천하가 어디에 정해지겠습니까?’ 하자, 맹자는 ‘한 곳에 정해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또 양양왕이 ‘누가 능히 통일시키겠습니까?’ 하고 묻자,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능히 통일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不嗜殺人者(불기살인자·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能一之(능일지·능히 통일할 수 있다)라’는 맹자의 말 속에는 참담한 현실에 대한 냉엄한 통찰이 들어 있고, 또 인간 역사에 대한 높은 바람이 담겨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