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37>他日에 見於王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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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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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平陸(평륙)의 大夫 孔距心(공거심)은 흉년에 고을 백성들이 餓死(아사)하고 離散(이산)하는 것이, 처음에는 왕의 失政(실정) 때문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맹자가 남의 소와 양을 맡아 길러주는 사람의 예를 비유로 들어 대부가 왕의 백성을 맡아 기르면서 제대로 기르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묻자, 마침내 공거심은 그것이 자신의 죄라고 인정했다. 여기서 距心之罪(거심지죄)라 하면 지방관으로서 백성을 제대로 字牧(자목)하지 못하는 잘못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 점은 지난 호에서 말한 그대로다. 맹자는 그 후에 제나라 왕을 만나 공거심과의 대화 내용을 들려주어 왕을 風曉(풍효)했다. 풍효란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여 깨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때의 風은 諷과 같다.

見於王은 왕에게 謁見(알현)했다는 말이다. 맹자는 왕의 신하가 아니어서 알현한다고는 하지 않는데, 이 장에서만은 見을 알현의 ‘현’으로 읽는다. 爲都의 爲는 治(치)와 같다. 都는 先君(선군·돌아가신 군주)의 사당이 있는 큰 도시를 말한다. 臣은 맹자가 군주에 대해 스스로를 일컬은 말이다. 爲王誦之는 왕을 위해 외워준다는 말이다. 爲∼는 ‘∼을 위해서’다. 之는 앞서 공거심과 대화한 내용이다. 此는 백성들이 餓死하고 離散하는 등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가리킨다.

郭氏之墟(곽씨지허)의 고사가 있다. 제나라 환공은 언젠가 야외로 나갔다가 곽씨의 옛 성터를 보고, 곽씨가 망한 이유를 촌부에게 물었다. 촌부는 곽씨가 善을 좋아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했고 惡을 미워했으나 그것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멸망했다고 대답했다.

옛사람들은 제나라의 대부와 왕이 모두 정치적 책임을 깊이 깨닫고 있었지만 왕도정치를 실행하지 못한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바른말을 좋아하기만 하고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그 정치는 어떻게 되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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