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19>曰 惡라 是何言也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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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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齊(제)나라 宣王(선왕)은 맹자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을 시켜 병문안하고 醫者(의자)까지 보냈다. 맹자의 종형제 孟仲子(맹중자)는 사람들을 보내 길에서 맹자를 만나 얼른 제나라 조정으로 가시라고 청했다. 하지만 맹자는 당초 선왕이 자신에게 온당한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 해서, 景丑氏(경추씨)의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추씨가 보기에 맹자의 행동은 신하로서 군주를 恭敬(공경)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경추씨는 ‘父子主恩 君臣主敬(부자주은 군신주경)’의 논리로 맹자를 은근히 비판했다. 그러자 맹자는 당시의 제나라 신하들이 군주에게 仁義를 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不敬의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一喝(일갈)했다. 경추씨가 말한 공경은 작은 공경이지만, 맹자가 제시하는 공경은 큰 공경인 것이다.

惡는 감탄사다. 是何言은 그 말은 얼토당토않다고 꾸짖는 의미를 지닌다. 以仁義與王言은 인의를 주제로 삼아서 왕과 더불어 말한다, 즉 인의를 왕에게 말한다는 말이다. 豈∼也는 반어법의 표현이다. 以仁義爲不美는 인의를 불미하다고 여긴다는 말로, 爲는 판단동사다. 其心曰∼은 ‘그 마음에 ∼라고 말한다’는 말로, 曰 이하는 생각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曰∼云爾는 ‘∼라 말할(생각할) 따름이다’로 풀이한다. 혹자는 위의 문장을 仁義也에서 끊고 云爾를 뒤의 則과 결부시켜 ‘만일 그렇게 말한다면(생각한다면)’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趙岐(조기)와 朱子(주자)의 설을 따랐다. 莫大乎是의 乎는 비교의 뜻을 나타내는 介詞(개사)다. 是는 ‘왕은 인의를 이야기할 상대가 못 된다고 여겨 왕에게 인의를 말하지 않음’을 가리킨다.

경추씨는 맹자의 태도를 지적했거늘 맹자는 제나라 신하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맹자는 이렇게 논점을 바꿈으로써, 진정한 군신관계는 함께 仁義의 정치를 이루어나가는 데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게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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