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79>廛에 無夫里之布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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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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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王道政治(왕도정치)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섯 가지 조건이란, 첫째는 인재의 등용, 둘째는 상업의 장려, 셋째는 교통 및 유통의 원활화, 넷째는 농지제도의 개혁, 다섯째는 명목 없는 세금의 폐지이다. 위의 내용은 바로 그 다섯 번째 조건을 설명한 대목이다. 맹자는 본래 일부 주택이나 일부 개인에게 부과하던 罰金(벌금) 성격의 稅金(세금)을 명목과 달리 모든 주택에 附加稅(부가세)로 부과하는 것을 비판했다.

廛(전)은 시장의 점포를 가리키기도 하고 도시의 일반 주택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일반 주택을 가리킨다. ‘周禮(주례)’라는 고전과 그것에 주석을 달았던 여러 학자의 설에 따르면 집에 뽕나무와 삼을 심지 않으면 벌금으로 里布(이포)를 부과하고, 백성들이 이유 없이 정규의 일을 하지 않으면 벌금으로 夫布(부포)를 부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맹자의 시대에는 모든 주택에 定額(정액)의 세금 이외에 夫布와 里布를 附加稅로 매겼던 듯하다. ‘天下之民이 皆悅而願爲之氓矣리라’의 문장은 앞의 ‘天下之士가 皆悅而願立於其朝矣리라’부터 ‘天下之農이 皆悅而願耕於其野矣리라’까지의 네 문장과 표현이 조금 다르되 실질적 내용은 같다. 즉 앞에선 ‘願+동사+於+장소’의 짜임이었으나 여기선 ‘願爲之氓’이라고 했다. 爲는 ‘∼이 되다’란 뜻의 동사이고, 之는 앞의 其와 마찬가지로 왕도정치의 조건을 충족하는 나라를 가리킨다. 氓은 다른 지역에서 흘러들어온 移民(이민)을 말한다.

근대 이전의 국가도 收稅제도를 정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 課稅(과세)는 명목과 실질이 어그러지고 姦人(간인·간악한 사람)만 배를 불리기 쉬웠다. 조선의 柳壽垣(유수원)은 ‘迂書(우서)’란 책에서, 우리나라는 이익의 원천이 私門(사문)에 흩어져 있는데도 수취할 줄 모른다고 개탄하고, 私孔(사공)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私孔이란 간사한 자가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는 구멍을 말한다. 오늘날에도 租稅(조세)의 공평성을 견지하고 국가 재정을 튼실하게 하려면 항시 私孔이 생기지 않을까 주의해야 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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