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74>詩云永言配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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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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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 제4장의 마지막에서 맹자는 ‘시경’과 ‘서경’의 어구를 인용해서, 군주가 맞게 되는 禍(화)나 福(복)은 모두 군주 스스로가 불러들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맹자는 당시의 정치를 분석해서 ‘지금 국가가 한가하거든 이때에 미쳐 즐기고 놀며 태만하고 오만하니, 이는 스스로 앙화를 구하는 것이다’라고 경고한 후, ‘화든 복이든 모두 자기로부터 구하지 않는 것이 없다’라는 원리를 제시했다. 이번에는 그 뜻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시경’ 大雅(대아) ‘文王(문왕)’편과 ‘서경’ ‘太甲’편의 구절을 따온 것이다.

永言配命의 言은 허사로도 볼 수 있고 念(념)과 같다고 볼 수도 있다. 言을 허사로 본다면 이 구절은 ‘영원히 천명에 배합함이’로 풀이할 수 있다. 言을 念으로 본다면 이 구절은 ‘영원히 천명에 배합하길 생각함이’로 풀이하게 될 것이다. 自求多福은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하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天作孼은 ‘하늘이 짓는 재앙’, 즉 天災(천재)를 가리킨다. 猶可違는 ‘그래도 피하여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自作孼은 ‘스스로 짓는 재앙’을 가리킨다. 不可活은 ‘피하여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서경’의 원문에는 ‘不可환(불가환)’으로 되어 있으니, 그렇다면 ‘늦추어 자기를 구할 수가 없다’는 뜻이 된다. 此之謂의 此는 앞서 ‘화와 복이 자기로부터 구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한 말을 가리킨다.

인조 때 趙翼(조익)은 상소문에서 ‘태갑’편의 저 구절을 인용하고, 군주는 재앙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할까 두려워해야 한다고 진언했다. 군주가 자신을 다스려서 털끝만큼이라도 不善한 점이 없게 된다면, 비록 재앙과 환란을 당하더라도 그것은 군주 자신이 초래한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 재앙이므로 그래도 피할 수 있다는 뜻에서 그렇게 말했다. 오늘날에도 위정자나 지도자는 스스로 재앙을 짓지 않도록 각별한 덕성과 도덕적 감각을 지녀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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