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69>如惡之인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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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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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 제4장에서 맹자는 군주가 仁政(인정, 어진 정치)을 행하면 그 군주와 그 나라는 榮華(영화)로울 것이지만 군주가 인정을 행하지 않으면 그 군주와 그 나라는 恥辱(치욕)을 입게 되리라 경고한다. 하지만 당시의 제후들은 치욕을 싫어하면서도 인정을 베풀지 않고 있었기에, 맹자는 “지금 치욕을 싫어하면서도 어질지 못함에 처한다면 이것은 마치 눅눅한 것을 싫어하면서도 낮은 곳에 처함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맹자는 仁政이란 덕 있고 재능 있는 선비를 존중하여 등용하고 정치와 형벌을 명확히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如惡之는 ‘만일 치욕을 싫어한다면’으로, 如는 ‘만일 ∼한다면’의 뜻을 나타낸다. 莫如貴德而尊士는 덕 있는 이를 귀하게 여기고 선비를 높이는 것만 못하다는 말로, 莫如∼는 ‘∼만한 것이 없다’이다. 이때의 如는 앞의 如와 다르다. 賢者在位와 能者在職은 서로 짝을 이루되, 賢者在位는 위의 貴德과 호응하고 能者在職은 위의 尊士와 호응한다. 또 이 두 구절은 서로 얽혀서 ‘어질고 능력 있는 자가 직위에 있다’는 뜻을 드러낸다. 國家閒暇란 內憂外患(내우외환)이 없어 나라가 小康(소강, 조금 안정됨)의 상태에 있음을 가리킨다. 閒은 閑과 같다. 及是時는 ‘바로 이 시기에 미쳐서’로, 나라가 평안하다고 안일할 것이 아니라 그 시기에 할 일을 명확히 인식해서 실천해야 한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 明其政刑은 정치구조나 형벌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근본이념을 분명히 한다는 뜻이다. 雖∼는 ‘∼라 할지라도’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의 잘잘못은 用人(용인, 사람을 등용함)의 문제에 달려 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맹자는 정치구조와 형벌제도의 정비를 함께 거론하되, 역시 用人을 가장 중시했다. 공자와 맹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지금 정치의 득실이 用人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痛感(통감, 마음에 사무치게 느낌)하고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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