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24>夏后殷周之盛에…

  • Array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맹자는 제자 公孫丑(공손추)와의 대화에서 일국이 천하에 王者가 되기 위해서는 勢(세)와 時(시)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지금 제나라는 과거 주나라 文王 때와는 달리 王業(왕업)을 이루기에 적합한 勢와 時를 맞이했다고 논평했다. 勢와 時 가운데서 맹자는 특히 勢를 중시했다.

夏后는 하나라 군주, 殷周는 은나라와 주나라이다. 한자는 단음절어라고 하지만 두 글자를 이어 음조를 고르는 일이 많다. 夏殷周라 하지 않고 夏后殷周라 한 것은 그 일례다. 地未有過千里者는 夏殷周의 어느 때 군주도 王畿(왕기·국도와 경기)가 천리를 넘지 못했다는 말이다. 而齊有其地矣의 而는 역접인 데 비해, 아래 而齊有其民矣의 而는 순접의 기능을 지닌다. ‘鷄鳴狗吠, 相聞而達乎四境’이란 민가가 나라 안에 촘촘하게 들어차서 사람들이 기르는 닭과 개의 소리가 국도로부터 사방 국경에 이르는 지역에 여기저기서 들린다는 뜻이다. 벽,피는 여기서는 ‘열 闢(벽)’과 같다. ‘地不改(벽,피)矣’와 ‘民不改聚矣’는 對(대)를 이루는데 주어 ‘제나라’는 생략하고, 벽,피의 목적어 地와 聚의 목적어 民을 각각 앞에 두어 주제화시켰다. 行仁政而王에서도 주어 ‘제나라’를 생략했다. 王은 ‘왕 노릇하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莫之能禦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말로, ‘그것’이란 ‘왕 노릇 하는 일’을 가리킨다고 보면 무난하다.

맹자는 제나라가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진 정치를 행하지 않아 천하에 왕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쉬워했다. 현대 국가의 중흥과 발전을 위해서는 영토와 인구라는 勢의 조건보다도 사회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증대시키는 새로운 仁政이 더욱 필요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