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20>曰文王을 何可當也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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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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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자신이 齊(제)나라의 當路者(당로자·국정을 담당하는 지위나 직분에 있는 사람)가 되어 仁義(인의)의 정치를 실행한다면 제나라로 하여금 천하의 王者(왕자)로 만들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제자 公孫丑(공손추)는 文王조차도 은나라 말에 천하의 3분의 2를 차지한 데 불과했고 그 다음의 武王과 周公 때에 가서야 敎化(교화)가 천하에 행해졌다는 사실을 들어, 선생님의 말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문했다. 이에 맹자는, 문왕의 德(덕)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殷나라의 어질고 성스러운 군주들이 여러 대에 걸쳐 교화를 행해서 형세를 쉽게 바꿀 수 없었으므로, 위대한 문왕도 천하 사람들을 다 돌아오게 하지는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當은 匹敵(필적)의 敵(적)과 같다. 何可當也는 문왕의 덕이 너무도 위대하므로 그에게 필적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필적할 수 없다는 말이다. 武丁(무정)은 은나라 中興(중흥)의 군주로 제20대 왕에 해당한다. 作은 ‘일어나다, 서다’의 뜻이다. 은나라는 湯王(탕왕)이 개국한 이후 太甲(태갑), 太戊(태무), 祖乙(조을), 盤庚(반경) 등 여러 군주가 모두 어질고 성스러웠다고 한다. 歸는 歸服(귀복)의 뜻이다. 久則難變은 오래되면 형세를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다.

맹자는 문왕이 은나라 정권을 즉각 대신하지 못한 이유를 문왕의 덕이 어떠했던가 하는 관점에서 파악하지 않고 은나라의 문화적 역량과 역사적 전통이 어떠했던가 하는 관점에서 파악했다. 久則難變(구즉난변)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나라는 국력이 탄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악습과 악정이 오래되어 바꾸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느 쪽에 해당하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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