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14>孟子曰 子誠齊人也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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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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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추·상’의 제1장에서 맹자의 제자로서 제나라 사람인 公孫丑(공손추)는, 스승께서 만일 제나라에서 정치를 담당한다면 管仲(관중)과 晏子(안자)가 그랬듯이 당시의 제나라로 하여금 패권을 쥐게 할 수가 있겠느냐고 여쭈었다. 이에 대해 맹자는 공손추가 제나라 사람으로서 일국의 지역주의적인 관점만을 취한다는 점을 꾸짖었다.

子는 2인칭으로, 여기서는 맹자에게 질문한 공손추를 가리킨다. 명나라 말, 청나라 초의 顧炎武(고염무)는 子라는 칭호에 대해 大夫의 벼슬을 한 사람을 子라고 한 예, 匹夫(필부)로서 학자들의 宗師(종사·큰 스승)가 될 만한 사람을 子라고 한 예, 門人(문인)에게도 子라고 부른 예 등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맹자’에서 子라고 칭한 것은 모두 스승이 제자를 부를 때의 경우들이라고 한다.

誠은 부사로, ‘진실로, 정말로’의 뜻을 나타낸다. 子誠齊人也는 ‘그대는 어쩔 수 없는 제나라 사람이로다’라는 뜻으로, 훗날 일국의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편협한 관점을 비판할 때 사용하게 되었다. 而已矣는 ‘∼일 따름이로다’로, 강한 단정의 어조를 지닌다.

관중과 안자는 현실정치에서 많은 공적을 이루었다. 그렇기에 ‘논어’ ‘憲問(헌문)’에 보면 子路(자로)가 관중이 공자 糾(규)를 위해 殉死(순사)하지 않고 환공을 섬긴 일을 두고 ‘어질지 못하다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공자는 ‘제나라 환공이 제후를 규합하되 무력으로 하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었으니 누가 그 어짊만 하겠는가, 누가 그 어짊만 하겠는가!’라고 했다. 공자는 관중이 백성들에게 利澤(이택)을 끼쳤기 때문에 仁의 공적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한편 司馬遷(사마천)은 관중과 안자 두 사람의 列傳(열전)을 적은 뒤, 특히 안자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 ‘안자가 지금 살아 있다면 그의 마부가 되어 말채찍을 잡는 일이라도 흔쾌히 할 것이다’라고까지 했다.

맹자도 관중과 안자가 이룬 공적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주의적인 관점에서 두 인물을 평가하는 것과 보편적인 이상의 관점에서 두 인물을 비판하는 것은 다르다. 맹자는 말하자면 ‘세계시민’의 이상을 중시했던 것이 아닐까.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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