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83>獸相食을 且人이 惡之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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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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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양혜왕이 정치를 가지고 백성을 죽이고 있다고 단언하고 그 사례를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이어서 군주는 백성의 부모와 같은 존재이거늘 짐승을 몰아다가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 백성의 부모가 된 참다운 이유와 본질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且는 ‘그것조차도 또한’이다. 惡之의 惡는 嫌惡(혐오)이다. 爲民父母의 爲는 ‘…이 되다’ 혹은 ‘…이다’의 뜻이다. 不免於에서 於는 ‘…을’의 뜻을 나타낸다. 率獸而食人은 군주의 푸줏간에는 살진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는 살진 말이 있으면서 백성에게는 주린 기색이 있고 들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있다면 그것은 짐승을 몰아다가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 말이다. 곧 양혜왕이 백성의 재산을 제정하지 못하고 개돼지가 사람의 음식을 먹게 내버려 두는 데다가 백성이 굶주리는데도 국가의 창고를 열지 않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惡在는 何在와 같다.

조선의 학자 李縡(이재)는 경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모는 자식이 해악을 피하고 정당한 이익을 쫓아가도록 마음을 다하는 법입니다. 赤子(적자)가 주려 죽을 지경이라 곁에서 뒹굴며 고통스레 외친다면 부모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전하께서 이 점을 마음에 두신다면 玉食(옥식)을 앞에 두시고는 누렇게 뜬 얼굴을 떠올려 목으로 넘기지 못하시고 비단옷을 입으시고는 너덜너덜한 옷을 떠올려 따뜻한 줄 모르실 것입니다.” 위정자를 백성의 부모로 여기는 관념은 현대와 맞지 않지만, 그래도 위정자라면 백성의 주린 얼굴과 너덜너덜한 옷을 떠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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