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필독서 20권]<8>설득의 심리학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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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드는 인간 본성에 관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고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칭찬에 너무도 굶주려 있다는 점이었다. 명백한 사탕발림일지라도 그 말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칭찬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너무도 자동화되어서 의도적으로 우리를 칭찬하여 행동을 조작하려는 설득전문가들의 수법에 너무도 쉽게 희생당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최근 TV 광고를 보다 혼자 한동안 웃었다. 명절에 기름진 음식이 지겨워 매콤한 음식이 당기는 시어머니 앞에서 “여보! 낙지볶음은 자기가 최고잖아”라고 외치는 당돌한 며느리의 모습을 그린 광고였다. 웃은 이유는 1년 중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명절이라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로 지혜롭게 대처하는 신세대 주부의 ‘설득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어서였다.

‘설득(說得)’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여러모로 설명하여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알아듣게 함’이라고 돼 있다. 좀 더 쉽게 풀어 보면 ‘說(설)’, 즉 말을 통해 ‘得(득)’, 이익을 취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듯이 타인을 설득하여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은 오늘날 직장인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능력으로 꼽히고 있다.

나도 모르게 광고 속 에릭과 이효리가 말하는 제품에 먼저 손이 가거나 음료 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나의 입맛이나 취향과는 다르지만 광고 속 가수 비가 나온 제품을 잡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설득의 심리학’에는 이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제시되어 있다. ‘칩칩’ 소리에만 어미노릇을 하는 칠면조나 가슴에 꽂힌 빨간 깃털을 보면 공격을 개시하는 수컷 참새처럼 단순한 행동과 말 중에 사람을 움직이는 심리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천 년 동안 인간사회에서 형성된 불문율에 기초하고 있다.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참여적 관찰법으로 설득의 기술을 모았다. 백과사전의 판매 방법이 알고 싶으면 그 회사의 판매원으로 취직하는 것이다. 그렇게 직접 관찰한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심리를 움직이는 여섯 가지 법칙을 정리했다.

“저번에 네가 샀으니 오늘은 내가 살게” 빚지고는 못 사는 심리인 상호성의 법칙, 일단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심리인 일관성의 법칙, “얼마 없습니다!” 마감이나 한정 판매 등을 앞세워 관심을 끄는 희귀성의 법칙 등 읽다 보면 ‘아, 내가 이렇게 설득 당하고 있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난다.

우리는 “예”라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는 ‘설득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것은 비단 세일즈맨, 광고업자 등 설득하는 능력에 생계가 달려 있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회의, 협상, 신상품 발표 등 상대를 설득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와 넘쳐 나는 정보들은 앞으로 우리에게 더욱 다양한 의사결정을 요구할 것이며 무의식적인 승낙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인간 심리 안에 내재된 자동화된 승낙을 끌어내는 방법과 그 이유를 이해해야 할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빨리 절판되었으면 좋겠다”는 어느 독자의 서평처럼 당신도 이 책을 읽는 순간 누군가가 설득의 심리학을 알고 있지나 않을지 고심하게 될 것이다.

유진형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硏·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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