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교수의 TV워치]TV화면 모자이크 처리

  • 입력 2006년 3월 2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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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커뮤니케이션의 적(敵)은 ‘잡음’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방해가 되는 장치와 행위는 모두 잡음에 속한다.

텔레비전에 잡음이 넘쳐난다. 대표적인 잡음이 모자이크 처리다. 모자이크란 화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계 처리하여 시청자가 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타일이나 대리석 모양의 작은 조각들로 조합한 영상이 이것인데, 그 때문에 ‘타일 효과’라고도 부른다.

모자이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잔혹한 장면이나 혐오감을 주는 그림은 있는 그대로 비추지 않는 것이 옳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탈북자의 얼굴이나 성폭행 피해자의 얼굴 등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익명을 요구하는 제보자나 증인의 얼굴 역시 모자이크 처리가 필요하다.

MBC ‘아주 특별한 아침’(3월 13일 방송)은 개그맨 김형곤 씨의 빈소를 찾았다. 영안실 안내판, 빈소의 조문객, 귀국한 아들 등 세 군데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내지 않을 화면이면 찍지 말았어야 한다. 3월 26일 ‘KBS 스페셜’은 참여연대 관련 인사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그들의 활동을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논란이 되는 당사자의 얼굴을 당당히 밝혔어야 한다.

때론 티셔츠의 가슴에 붙은 브랜드가 보일 만하면 즉시 모자이크 처리된다. 길에서 행인을 붙잡고 인터뷰한 장면이 나온다. 또 모자이크다. 맛자랑 프로그램에 음식점 간판이 비친다. 어딘지 알 수 없게 감춘다. 수시로 전문가 인터뷰가 등장한다. ‘ㅈ한방병원’ 원장이라고 애매하게 자막이 뜬다. 간접광고가 문제될 수 있다. 특정 업소의 상업적인 PR는 삼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표와 상호는 TV 화면에 절대로 나오면 안 되는가.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기는 질소와 산소와 광고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광고 속을 헤엄쳐 다닌다. 아침에 눈을 떠서 라디오를 켜면 문안을 여쭙는 것은 광고다.’

광고 책에 나오는 말이다. 신문을 펴들어도 광고이고 길을 걸으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광고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 역시 모두 브랜드다. 물론 방송에서 ‘계산된’ 간접광고는 금지돼야 한다. 상품이나 상품명을 프로그램 속에 끼워 넣고 대가를 받는 행위나 특정 업소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드는 PPL(Product Placement)은 공공 미디어에서는 금물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생활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상표와 상호를 가리는 일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획일적인 규제가 광고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화면의 잡음을 가중시킨다. ‘알아서 기는’ ‘위축 효과’를 경계해야 할 것 같다.

김우룡 교수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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