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69>罷 業(파업)

  • 입력 2003년 5월 13일 17시 34분


코멘트
罷 業(파업)

斜-기울 사 寬-너그러울 관 剝-벗길 박

黜-쫓아낼 축 授-줄 수 怠-게으를 태

漢字의 부수중 ‘망’(망·망)은 網(그물 망)을 뜻한다. 언뜻 보기에 숫자 4를 뜻하는 ‘四’와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망은 새나 짐승을 잡기 위해 그물을 치고 양쪽에 말뚝을 박아놓은 모습이다. 안쪽의 斜線(사선)은 그물의 촘촘한 눈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망은 망의 쌍둥이 동생인 셈인데 心과 심, 水와 수, 手와 수, 火와 화 등과 같은 관계라 하겠다.

따라서 망으로 이루어진 글자는 모두 ‘그물’과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실((멱,사))로 짠 그물(망)로 새(추)를 잡는 것이 羅(새그물 라), 그물(망)에 가두어 놓고 말(言)로 꾸짖거나 칼(도)로 목을 벨 듯이 위협하는 것이 罰(벌줄 벌), 잘못(非)을 범한 자를 그물(망)에 가두어 놓은 것이 罪(허물 죄)다.

罷는 망과 能의 결합인데 여기서 能은 賢能(현능), 곧 어질고 유능한 사람이다. 어쩌다 잘못을 범해 罪의 그물, 즉 法網(법망)에 걸려든 경우가 되겠는데 이럴 때 대개는 평소의 행적이나 공적을 따져 寬赦(관사·너그럽게 용서함), 放遣(방견·석방하여 집으로 보냄)하였는데 이 때 官職(관직)은 剝脫(박탈)했다.

곧 법의 집행을 取消(취소)하였으므로 후에 罷는 ‘그만 두다’ 또는 職責(직책) 따위를 ‘罷하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罷免(파면), 罷市(파시), 罷場(파장), 罷黜(파출) 등이 있다.

業은 ‘木’자가 있는 것에서 보듯 본디 악기를 걸어두던 널빤지를 뜻했다. 그런데 옛날에는 책을 만드는 木版도 똑같은 나무조각이었으므로 書冊(서책)의 版도 業이라고 불렀다. 學業은 바로 이 業(곧 書冊)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뜻했다. 그 과정을 授業(수업), 마치는 것이 卒業(졸업)이다.

業이 후에는 모든 ‘일’을 뜻하는 것으로 확대되어 業務(업무), 業界(업계), 商業(상업), 産業(산업), 職業(직업) 등과 같은 말이 있게 되었다.

罷業이란 ‘業을 罷하는 것’, 다시 말해 ‘하고 있던 일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것’이다. 이 보다 좀 약한 것으로 일에 게으름을 피우는 방법, 곧 怠業(태업)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 화물운송업계 근로자들의 罷業이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다. 사상 초유의 物流大亂(물류대란)으로 국가의 신인도는 물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하루 빨리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좋지 않은데….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