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吳 越 同 舟(오월동주)

  • 입력 2002년 12월 8일 17시 39분


吳 越 同 舟(오월동주)

舟-배 주 鵠-과녁 곡 遜-겸손할 손

殆-위태로울 태 炙-구운고기 자 膽-쓸개 담

孫子(손자)라면 춘추시대 齊(제)나라의 병법가다. 우리에게도 귀에 익은 孫子兵法(손자병법)은 그의 力作(역작)이다. 본서의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正鵠(정곡)을 찌르는 명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논리성과 치밀함은 가히 兵書(병서)의 壓卷(압권)으로 遜色(손색)이 없다.

이 때문에 본서는 東西古今(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도 不朽(불후)의 명작으로 읽혀지고 있다.

知彼知己(지피지기)-적을 알고 나를 알면, 百戰不殆(백전불태)-백 가지의 전쟁을 해도 위태롭지 않다(謀攻篇).

지금까지 人口(인구)에 膾炙(회자)되고 있는 명언이다. 이 밖에도 孫子兵法 속에는 명언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를 들어 보자.

兵士(병사)를 쓰는 九地(구지·아홉 개의 땅) 중 마지막이 死地(사지)로 나가 싸우면 살 길이 있고 그렇지 않고 겁이나 먹고 웅크리고 있으면 반드시 멸망하고 마는 그런 땅이다. 그런 곳에서는 ‘必死則生’(필사즉생)의 각오가 필요하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병사들의 일치된 戰意(전의)다. 합심하여 난국을 돌파하면 活路(활로)는 뚫리게 되어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長蛇陣’(장사진)이다.

率然(솔연)이라는 뱀은 會稽(회계)의 常山(상산)에 산다. 거대한 뱀인데 이 놈은 머리를 치면 꼬리로, 꼬리를 치면 머리로 공격해 온다. 또 허리를 치면 이번에는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 이처럼 병졸도 率然의 머리와 꼬리처럼 합심하여 싸우면 못 당할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품자 그는 옛날 吳와 越나라 사람들이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알다시피 두 나라는 怏宿之間(앙숙지간)이다. 유명한 臥薪嘗膽(와신상담)의 고사도 그래서 나왔다. 두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갑자기 태풍이 휘몰아쳤다고 하자. 평상시의 怏心만 새기고 서로 아옹다옹 싸우기만 한다면 배는 뒤집어지고 말 것이며 그렇게 되면 둘 다 물에 빠져죽고 만다.

그러나 잠시 怏心을 잊고 合心團結(합심단결)하여 태풍과 맞선다면 둘 다 살아 남을 수가 있다. 곧 어려움에 처해 서로가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살아 보겠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 같은 목적을 위해 잠시 힘을 합칠 때 우리는 吳越同舟라고 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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