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7>20세기 건축

  • 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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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 가우디, 오토 바그너, 찰스 레니 매킨토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그로피우스…. 20세기 도시의 얼굴을 바꾼 건축디자이너들이다. ‘20세기 건축’은 문명의 공간인 도시를 새롭게 만든 건축가 12명의 발자취를 따라간 책이다. 천재 건축가들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통해 20세기 공간의 역사를 훑는다.

도시에 거대한 인구가 유입되면서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인 집과 건축은 커다란 화두가 되었다. 건축가 바그너는 오스트리아 빈의 얼굴을 바꾸어 놓았고, 매킨토시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급진적인 건축과 디자인으로 ‘아르 누보’ 운동을 펼쳤다. 르코르뷔지에가 프랑스 마르세유에 지은 집합주택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오늘날 서구 서민 아파트의 모델이 되었으며 유명한 건축·미술학교 ‘바우하우스’의 창시자 그로피우스의 작품은 현대 건축의 규범이 되었다. 가우디는 추상적인 건축공학이론을 배격하면서 기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조화시키는 재능을 통해 카사밀라(연립주택)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된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바르셀로나에 헌정하였다.

이들의 업적에 힘입어 건축은 이제 단순한 거주 공간 기능만 추구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도시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통해 상업적 공간은 물론 문화 예술적 아우라를 함께 갖춰 가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20세기 위대한 건축가들의 작업을 분석하면서 오늘날의 건축 전반에 대해 인문적인 성찰과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과학, 공학, 의학은 큰 진보를 보였으나 건축은 토목기술자와 행정가에게만 맡겨지고 유행과 자본, 기술만을 추종하면서 종합적 사유와 창의적 갱신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오늘날의 건축은 산업혁명의 유산이고 하드웨어 중심적인 경성(硬性)의 건축들이며 철저히 기능과 자본의 논리에 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명의 신유목화, 감성문화의 확산, 정보기술과 교통의 혁신으로 도시가 연성화 유체화되고 있는 마당에 건축이 더는 과거의 경직된 공학적인 모델에 매달릴 수는 없다. 바우하우스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이 산업과 예술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투철한 성찰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르코르뷔지에의 롱샹교회 건축에서 보듯이 건축은 원류로 거슬러 올라가 감동의 창조력을 길어 올려야 한다. 공학기술적인 토대뿐만 아니라 융합적인 사유와 창의적인 인문적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저자의 말대로 신(新)바우하우스 건축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미국 건축의 큰 별 필립 존슨, 현대 일본 건축의 신화 안도 다다오, 프랑스 건축의 거장 장 누벨 등이 이들을 이어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책에 소개된 건축가들의 작업과 최근 디자인의 흐름을 동시에 파악한다면 현대 건축과 도시와 디자인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동윤 건국대 교수 EU문화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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