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주목, 이 병원]서울대병원 감마나이프 센터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8분


뇌종양 수술 ‘무혈혁명’… 메스-절개없이 감마선만 쏜다

《감마나이프는 ‘칼 없이 피를 흘리지 않고 수술한다’라는 취지로 1990년대에 도입됐다. 감마나이프는 감마선과 나이프의 합성어로 뇌수술시 외과용 칼을 사용하지 않고 시술하는 뇌수술 장비이다. 고(高)에너지인 감마선을 머리 속 종양부위에 집중적으로 쏘아 정상 뇌 조직에는 거의 손상을 일으키지 않고 안전하게 종양을 없애는 일종의 방사선 치료법이다. 서울대병원 감마나이프센터는 1997년부터 환자 치료를 시작해 지금까지 3500여 명의 환자를 시술했다. 초창기 연간 200여 건에서 불과했지만 지금은 연간 600여 건을 시술한다. 김동규 감마나이프센터장(신경외과 교수)은 “최근에 감마나이프는 울퉁불퉁하게 생긴 종양의 모양을 정확하게 감지해 그 부위만 없애는 기기로 발전했다”면서 “예전에는 시신경 가까이 있는 종양은 손을 못 댔지만 지금은 그런 부위까지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단 1~3시간… 다음날 바로 퇴원 - 정상생활

전신마취 안하고 뇌조직 손상-감염등 부작용없어

○ 주로 뇌질환이 대상

감마나이프의 시술 대상자는 주로 뇌질환과 관련된 환자다. 청각신경에 종양이 생긴 청신경초종, 뇌의 겉을 덮는 막에 생긴 뇌수막종, 각종 전이성 뇌종양, 뇌하수체 종양이 대표적이다. 이 중 청신경초종과 전이성 뇌종양이 가장 많다. 혈관기형 같은 뇌혈관 질환이나 눈 주위 종양, 코 안쪽에 생긴 종양, 얼굴 신경의 이상으로 얼굴에 통증을 일으키는 3차 신경통 치료에도 사용된다. 3차 신경통은 흔히 약물이 1차 치료법이지만 약물로 치료가 안 될 때 감마나이프를 사용한다.

김 교수는 “두개골을 절개하는 수술(개두술)에 비해 감마나이프 치료가 안전하고 효과도 뛰어나다”면서 “40여 년간 문제없이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감마나이프는 최근에 나온 다른 무혈 수술 장비에 비해 신뢰성이 높다”고 말했다.

감마나이프는 퇴원 다음 날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기존의 개두술은 4, 5시간 동안 수술을 받고 수술 후 약 2개월간 요양기간을 필요했다. 그러나 감마나이프 수술은 1∼3시간 수술 후 다음 날 퇴원해 바로 정상활동을 할 수 있다. 감마나이프 수술에는 출혈이나 수혈 과정이 없으므로 이에 따르는 감염이나 뇌조직 손상, 흉터 부작용이 없다. 또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마취에 따른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없다.

감마나이프는 현재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시술법이다. 비용은 300만 원 정도로 칼로 째서 수술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용이 저렴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머리만 치료가 가능하며 뇌 속에 있는 종양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환자 머리에 4군데 구멍을 뚫어 고정 틀을 설치해야 한다. 또 종양이 크면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대개의 경우는 3, 4cm 이하의 작은 종양을 치료 대상으로 한다.

○ 감마나이프 최신 기종 감마나이프퍼펙션

1968년 스웨덴에서 도입된 감마나이프는 꾸준히 기술이 발전해 최근 감마나이프퍼펙션까지 나왔다.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10월에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감마나이프퍼펙션은 현재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 1대씩 있다.

감마나이프퍼펙션은 모든 절차가 컴퓨터로 조종되는 로보틱스가 결합된 형태이다. 즉 3차원 그래픽처리보드가 부가된 최신 워크스테이션, 고속 네트워크를 통한 영상전송시스템(PACS), 3차원 치료계획 소프트웨어인 렉셀감마플랜, 자동환자이송장치(PPS) 등이 결합돼 있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자동환자이송장치(PPS)는 치료 시 환자의 위치를 0.1mm 단위로 컴퓨터가 자동 조종할 수 있는 장비다.

○ 서서히 치료효과 나타나

서울대병원 감마나이프센터가 밝힌 치료 성적을 보면 청신경초종의 경우 환자 시술 후 재발률은 5∼10%다. 일반 수술의 재발률은 10∼2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반 수술을 받으면 대부분 청력을 잃게 되지만 감마나이프 시술은 청력을 50% 정도 살릴 수 있다. 수막종이나 전이성 종양의 경우에도 감마나이프 시술 재발률은 5∼10%다.

김 교수는 “수술과 상호보완적인 관계여서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감마나이프 기술이 발달하면서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감마선을 쏘게 되면 종양부위에 있는 세포가 타서 죽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는 않다. 세포의 유전자 정보인 DNA를 파괴시킨다. 이때 죽은 세포는 서서히 흡수되는데 이 때문에 감마나이프로 치료했다고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몇 개월 내지 1, 2년이 지나서야 치료 효과가 생긴다.

감마나이프로 모든 종양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신경교종은 감마나이프로 치료하기 힘들다. 영상에서 제대로 안 보이기 때문이다. 뇌종양 중에 호흡담당 기능이 있는 뇌간에 생긴 경우 해면혈관종 이외에는 감마나이프로 치료하기 힘들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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