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지철]스크린쿼터 없인 안될까

  • 입력 2006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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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스크린쿼터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쿼터 축소’ 얘기만 하면 망언이나 친미로 취급하니 자연히 담론의 장은 좁아지고 목청 큰 사람이 이기게 되는 것이 요즈음의 우리나라 토론문화다.

스크린 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주장은 쿼터 축소로 인해 영화산업이 무너지고 문화주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자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 프랑스 일본뿐이다. 국산영화의 시장점유율과 관객점유율이 동시에 수년 동안 50%를 차지하고 있고 관람객 1000만 명이 넘는 영화를 1년에 두 편씩이나 제작해 성공한 나라는 미국 외에는 한국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영화인은 영화산업의 활황은 몇몇 대기업 배급사에 의한 ‘과점’과 ‘착시현상’일 뿐이며 대부분의 제작사는 아직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세상 어느 국가가 보호장벽을 수십 년 동안 시행해 오고 있으며, 만년 보장된 산업은 어디에 있고 그늘진 구석이 전혀 없는 산업은 또 어디에 있는가. 제작사가 스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바꿔 제작과 경영 혁신으로 수익구조 개선을 모색해야지 그것을 쿼터 축소 반대의 빌미로 삼는다는 것은 영화인이 스스로 유아(幼兒)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의 7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미술과 음악은 물론 쌀 시장까지 외국과 처절하게 경쟁하는데 유독 영화산업만 수십 년 동안 보호해 달라는 것은 옳지 않다.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서만이 얻어진다. 쿼터를 축소하면 오히려 적자생존의 법칙이 활성화돼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고 수준 높은 양질의 영화가 생산될 것이다. 개방이 세계적 대세임을 인정한다면 경제력 세계 10대 국가답게 영화시장을 중국 미국 일본 등에 열어 주고 더 큰 것을 얻어 내는 것을 생각해 볼 때다.

정부가 문화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그것이 스크린 쿼터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김지철 세종대 교수 디자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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